물러나는 박용만, 두산인프라 회장직 유지 왜? 10년 넘게 경영 관여…공작기계매각·밥캣IPO 집중할듯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2일 18: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용만 회장이 그룹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두산밥캣 기업공개(IPO) 등의 이슈가 산재해 있는 만큼 의사 결정 과정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만 회장은 이날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했고,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추천했다.
두산그룹 측은 "그동안 지주회사인 ㈜두산 이사회 의장이 그룹회장직을 수행해왔다"며 "박정원 회장이 오는 25일 열리는 ㈜두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 선임 절차를 거친 후 정식으로 그룹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박용만 회장은 2012년 이후 4년만에 그룹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은 유지한다. 그룹 인재양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DLI(Doosan Leadership Institute)의 회장도 맡을 예정이다.
박 회장의 사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현 회장 등 전임 그룹회장들이 회장직을 연임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두산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오너가 그룹회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박 회장의 임기는 이달 31일까지다.
그룹회장직에서 사임하면서 박 회장은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두산밥캣 IPO 등 두산인프라코어가 당면한 과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여러 현안 중에서도 공작기계사업부 매각과 두산밥캣 IPO는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이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MBK파트너스와 공작기계사업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으며 작년 10월부터 추진한 매각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매각가는 1조 1300억 원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원했던 1조 원대 중반에는 미치지 못한다.
무사히 SPA를 체결하긴 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가 SC PE에서 MBK파트너스로 바뀌는 등 매각 작업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해외 증권시장을 염두에 뒀던 두산밥캣의 IPO를 국내로 돌린 것은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이 무산되는 것을 대비한 조치였다.
두산밥캣이 작년 8월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추산된 시가총액이 약 3조 원임을 감안할 때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지분 75%를 매각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2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공작기계사업부 매각과 두산밥캣 IPO로 최대 3조 3000억~3조 4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2006년부터 10년 넘게 경영에 관여해온 박 회장이 일선에 가세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두산밥캣 IPO를 보다 조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박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건 두 현안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의사 결정 과정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의 회장직 유지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정상적인 수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과거 그룹회장을 맡았던 박용성 회장, 박용현 회장 역시 임기가 끝난 후 두산중공업, 두산건설로 돌아가 경영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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