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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무늬만 투자일임으로 변질 투자 전 사전보고·운용과정 개입, 논란 많아

이상균 기자공개 2016-03-07 10:00: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3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행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ISA의 일임형 계약이 본래 취지에서 한참 어긋 낫다는 비판이 많다. △모델 포트폴리오(MP)의 실효성 △투자 이전 고객에게 투자 내역 통지 △고객이 투자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 등이 논란거리다. 투자자가 금융회사에 오롯이 모든 투자 판단을 맡기는 일임형 계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MP, 비중 조금만 어긋나도 금감원에 신고

일임형 계약은 금융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상품 등에 대한 투자 판단을 일임 받아 운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공모상품과 달리 투자자 유형별로 차별화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일임업에 대해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하여 금융투자상품 등을 취득·처분, 그밖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ISA는 겉으로 일임형 계약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일임형) 약관 제7조 투자일임방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2개 이상의 MP를 제시해야 한다. 고객을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초저위험 등 3~5개 유형으로 우선 분류한 뒤, 각 유형별로 2개 이상의 MP를 마련하라는 얘기다. 금융회사는 최소 6개 이상의 MP를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유형을 3개로 최소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MP에는 각 자산별 비중이 세세하게 기입돼 있다.

문제는 시장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이에 대응해 자산별 비중을 변화시킬 경우다. 이렇게 되면 기존 MP에서 자산 비중이 어긋나면서 이를 일일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도처에 변수가 널려 있는 금융시장에서 6개 이상의 MP를 만들어 그 틀 안에서만 운용하라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며 "매년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도 전시행정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차단 하려다 운용과정에 무리하게 개입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일임형) 약관 제7조 3항부터 5항까지 내용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3항은 "고객이 투자일임계약의 내용으로 정한 MP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회사는 그 요구에 따른다", 4항은 "회사는 고객이 선택한 MP에 따라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할 때 투자대상자산의 종목·수량 및 방법 등을 취득·처분하기 전에 고객에게 통지한다", 5항은 "고객이 통지를 받은 후 그 취득·처분을 하지 아니할 것을 요구하거나 취득·처분한 투자대상자산의 종목·수량 및 취득·처분의 방법 등의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 회사는 그 요구에 따른다"고 규정한다.

우선 3항은 고객이 금융회사의 운용과정에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회사에 모든 운용을 맡긴다는 일임계약과는 거리가 멀다. 4항과 5항의 경우 일임계약의 속성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향후 고객과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시장이 출렁일 경우 금융회사가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낮추고 예금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에게 이를 미리 통보했다. 금융회사는 시장상황이 급박하다고 보고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자금을 집행했다. 만약 투자자가 자금집행이 이뤄진지 이틀 뒤, 자산비중을 변화시킨 것에 대해 반대를 했다면 금융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증권사 관계자는 "약관대로라면 금융회사는 집행한 자금을 다시 회수해 고객이 원하는 본래 비중으로 맞춰야 한다"며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SA가 무늬만 일임형 상품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ISA 운용과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해 자산운용 과정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ISA 약관에는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의 책임회피용 조항만 잔뜩 들어가 있다"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나치게 금융소비자의 눈치만 보면서 운용과정의 편의성이 형편없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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