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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현대상선 감자에 '2460억' 상환할까 현대상선 지분 담보로 EB 발행…투자자 2018년 풋옵션 가능성

김창경 기자공개 2016-03-16 08:24:38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4일 1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감자 결정으로 약 2460억 원을 상환하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현대상선의 지분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감자로 현대상선 주식가격과 교환가액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EB 투자자들이 현대상선의 주식 대신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 6월 보유하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 2342만 4037주를 기초자산으로 2456억 원(2억 2160만 달러)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EB의 만기는 5년으로 이자지급이 없는 조건이었다. 대신 투자자는 2015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현대상선 보통주를 1만 491원에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동시에 2018년 6월부터 행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부여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6월 현대상선의 주가는 6900~7600원을 오르내리고 있었다"며 "투자자는 이자수익을 요구하지 않았을 정도로 현대상선 주가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안에 현대상선의 주가가 1만 491원을 넘으면 그 차익만큼 투자자가 이익을 얻는 구조였다.

현대重, 현대상선 감자에 '2460억' 상환 위기
현대상선 최근 1년 주가 추이(출처, 네이버)

현대상선의 주가는 투자자의 기대와 반대로 흘러갔다. EB 발행 이후 주가가 86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대규모 손실과 해운업황 침체로 올해 들어 3000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는 주가가 적어도 8000원은 올라야 이익을 얻는다. EB 만기까지 앞으로 4년이 넘는 시간이 남았으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7대 1 감자를 결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상선의 주식 7주가 1주로 통합된다. 이론적으로 감자 후 현대상선의 주가와 EB 교환가액은 7배씩 증가한다. 현대중공업 역시 감자 비율만큼 교환가액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0일 종가(2675원) 기준 현대상선의 주가는 1만 8725원, 교환가액은 7만 3437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 안에 현대상선 주가가 5만 4000원 이상 올라야 투자자는 주식교환을 검토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강도 자구안을 실행해 왔지만 최근 5년간 현대상선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EB 투자자는 2020년까지 현대상선의 주가 반등을 기다리기보다 2018년 6월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상 현대상선의 지분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현대그룹 내에서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엘앤알 등을 거느린 실질적인 지주회사였다.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및 현대엘앤알 지분을 모회사 현대엘리베이터로 넘겼고 현대증권 지분은 올해 상반기 안에 처분할 예정이다.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2456억 원의 자금마련은 현대중공업에 부담이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연결기준 매출액 46조 2317억 원, 영업손실 1조 5401억 원, 순손실 1조 3632억 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으로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주요 해양 프로젝트에서의 손실이 원인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에 부실을 대거 반영한 만큼 올해 해양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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