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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를 둘러싼 음모론 [thebell desk]

이승우 기자공개 2016-03-28 09:28: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5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거철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후방에서도 선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묵혀 있던 개발 프로젝트가 부활하고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 담긴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 선거용이야'라는 깔때기 이론을 부정하고 싶지만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선거용 정책으로 거론되는 것중 의외가 바로 ISA다.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ISA를 만능통장의 지위로 끌어 올려 놨지만 실상은 요란한 빈깡통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혜택이 과하게 포장된 채,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서둘러 시행됐다는 게 음모론의 근거다.

ISA가 서둘러 시행된 건 부인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개혁 10대 과제'를 발표하며 ISA라는 이슈를 꺼내든 게 2년 전이다. 하지만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금융위원회는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와 국회가 세금 감면 프로젝트인 ISA를 반길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금융위원회 내부에서조차 ISA는 물건너 간 것으로 봤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 재산 증식 프로젝트라는 기치 하에 ISA는 급물살을 탔다.

선거와 ISA의 출시 시점이 오버랩된 건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설익은 상태에서 굳이 이 타이밍에 ISA가 시행될 필요는 없었다. 금융회사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횡행하고 신탁형은 물론이고 일임형을 운용할 인력과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다. 심지어 은행들은 ISA 일임업 라이선스도 아직 없다.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 하에 ISA의 혜택이 과장된 측면도 있다. 손익을 정산해 과세 기준을 삼는다는 건 획기적이지만 세제 혜택 규모가 결과적으로 200만원의 15.4%(1억 원 납입시, 분리과세 혜택은 제외), 즉 3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은 만능통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 혹자는 ISA 만기일과 편입 금융상품의 손익정산일을 단 하루로 둔 점 역시 세제혜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림수로 보고 있다.

ISA가 금융권의 표심을 노린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수수료 체계를 판매 보수가 아닌 관리 보수를 받는 방향으로 전환시켜 나가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PB 고객을 통해 이같은 시도를 여러번 했지만 고객들의 저항으로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ISA를 통해 관리 보수 수취를 정당화 해주자 금융회사들은 손도 안대고 코를 풀었다. 관리 보수 수취의 타깃으로 서민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포인트가 다소 엇나간 측면도 있다. 보수를 우선적으로 받아야 하는 대상은 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액 자산가들이다. 아이러니한 건 고액자산가들은 ISA에 가입할 수도 없다.

이 정도가 ISA를 둘러싼 음모론의 개략이다. 물론 음모론은 음모론일 뿐이다. 하지만 그럴싸한 음모론은 가려져 있는 본질에 더 다가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음모론을 일축시키려면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ISA를 놓고 바빠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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