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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택배 인수전, 국내 SI 왜 불참했나 '에이전시 체제' 어필 못한듯···해외 택배업체 등 '눈독'

한형주 기자공개 2016-03-29 09:49:53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5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택배 전문기업 로젠택배 인수전에 국내 물류·이커머스 업체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배경은 뭘까. 매각자 측이 내세운 주요 투자 매력인 '에셋 라이트(Asset-light: 보유자산이 적은)' 비즈니스 모델이 이들 피어그룹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국내 SI들에게 그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도 한 이유란 평이다.

지난 주 마감한 로젠택배 매각 예비입찰에는 유력 후보로 지목되는 해외 동종업체 DHL과 UPS, 그리고 CVC캐피탈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포함해 약 5곳의 원매자가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입찰 결과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이점은 응찰자 명단에 토종 SI가 전무하다는 것. 잠재 투자자로 거론된 CJ대한통운과 현대백화점 등 대형 물류·유통 업체, 티켓몬스터와 같은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하나같이 불참했다.

업계에선 이들 SI가 주로 직영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대리점 체제를 고수하는 로젠택배와 조직 구성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분석. 국내 대형 운송업체 관계자는 "유사기업으로 분류되는 CJ나 현대로지스틱스, 한진택배 입장에선 로젠 인수 후 대리점에서 직영점으로의 매장 전환 이슈라든지, 기존 대리점과의 마찰 가능성 등을 간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대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고유 고객 네트워크와 물류 채널을 갖추고 있는 국내 SI로서는 '과연 지금이 적극적으로 시장 점유율(M/S) 제고에 나설 타이밍이냐'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티켓몬스터나 위메프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로젠택배를 인수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이유도 된다. 로젠택배는 지사(에이전트)들이 사실상 '프랜차이즈'라기보다는 '자영업자' 개념에 더 가까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속 에이전트라고 보기엔 느슨한, 개인사업자와의 계약 관계라는 의미. 각자 속한 지역에서 별도의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로젠 본사의 주문 물량도 소화하지만, 자체 네트워크에 따른 자영업 물량도 배송해야 한다. 따라서 이커머스 업체처럼 '쇄도하는 물량을 제 시간에 딜리버리'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로젠택배에게 부동산 등 보유자산이 많거나 따로 거점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사실 로젠 특유의 경량자산 모델은 "회사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고 매각자 측이 제시한 투자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대리점 기반의 비즈니스인 만큼 대부분의 터미널을 임대하고 배송인력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운영에 들이는 비용을 최소화, 피어그룹에 비해 높은 자산회전율과 잉여현금흐름 전환비율 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장점은 자산 통합 시너지를 노리는 국내 종합물류기업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찰 결과가 보여줬다. 토종 SI들이 다 같은 결론을 내렸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DHL·UPS 등이 일제히 로젠택배 인수 경쟁에 나선 점은 해외 SI들에겐 '에이전시 체제'가 오히려 매력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기본적으로 로젠을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성격으로 보는 글로벌 택배업체들에게 '자산 부재' 문제 등은 각론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로젠택배 매각자인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Baring Private Equity Asia)와 주관사 JP모간은 인수 후보들이 제출한 예비입찰제안서를 검토한 뒤 숏리스트를 선정, 내주 당사자에 개별 통보할 계획이다. 이후 4~5주 간의 예비실사를 거쳐 내달 말에서 5월 초 사이 본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래 대상인 100% 지분 기준 기업가치는 4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M&A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로젠이 베어링에 인수된 시점은 지난 2013년. 당시 지분 전량의 매매가는 158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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