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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고서 제출 지연, 딜로이트안진 때문? [용현비엠 손실인식 논란]①출자전환 채권평가 놓고 옥신각신

권일운 기자공개 2016-04-25 08:42:21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1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용현비엠이 가까스로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난 내막에는 출자전환 지분 관련 회계처리를 둘러싼 딜로이트안진과 회사 측 힘겨루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딜로이트안진이 출자전환 인수합병(M&A)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회계 감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용현비엠의 사업보고서 제출이 마감 시한을 넘긴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용현비엠 주식 거래 정지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용현비엠의 주식 거래 정지 조치를 내린지 2주 만이다. 한국거래소는 5일 뒤인 30일에는 4월 11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공시를 내기도 했다. 용현비엠은 11일 가까스로 사업보고서를 냈고, 상장폐지 위기와 거래 정지에서 벗어났다.

용현비엠은 이 과정에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는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업보고서 제출이 미뤄지는 이유가 비적정 판정을 뒤집으려는 용현비엠 측의 안간힘 때문이라는 소문이 증시에 돈 것이다. 비적정 감사의견 역시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 사유라는 점에서 용현비엠이 받은 타격은 상당했다.

용현비엠의 회계 감사를 맡은 곳은 국내 4대 대형 회계법인 가운데 한 곳은 딜로이트안진이었다. 딜로이트안진은 용현비엠의 2015 회계년도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85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덜 반영됐다는 의견을 냈고, 이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적정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해당 손실은 용현비엠이 중국 게임사 룽투코리아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룽투코리아는 지난해 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KL&파트너스와 신주발행 및 채권 출자전환 방식으로 용현비엠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출자전환한 채권의 규모를 놓고 양 측은 이견을 나타냈다.

문제는 M&A 계약일과 대금 납입일 간 12일 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출자전환 대상인 채권 평가액을 납입일 기준으로 평가하라는 것이 딜로이트안진 측의 주장이었고, 계약 당일의 주가를 기준으로 출자전환 채권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용현비엠의 입장이었다.

용현비엠 주가는 계약 체결인 지난해 12월 16일 당시 4195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납입일인 같은달 28일에는 1만 5450원으로 올랐다. 16일 기준으로 287억 원 규모였던 출자전환 신주 발행가치가 28일에는 1138억 원으로 늘어난 만큼 해당 차액을 '사채상환손'이라는 계정으로 손실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딜로이트안진이 내세운 논리였다.

양 측이 맞서는 사이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은 넘어가고 말았다.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용현비엠은 결국 회계기준원에 자신들이 적용한 회계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회계기준원은 현직 회계사 등 회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계기준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연석회의 결과는 용현비엠 측의 승리였다. 회계기준원은 이를 토대로 지난 8일 계약일 당시의 주가를 적용해도 무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M&A 계약을 토대로 부채를 상계하기로 했다면 계약 당일의 주가를 적용가능하다"는 것이 회계기준원의 유권해석이었다.

용현비엠 측의 재무제표 작성 방식을 더이상 반대할 근거가 없었던 딜로이트안진은 결국 적정 의견을 내놓기로 했다. 딜로이트안진의 적정 의견이 포함된 사업보고서는 상폐 심사가 임박한 10일에야 나왔고, 용현비엠은 이튿날 가까스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해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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