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고착화' 수주 악재 아닌 호재" [2016 건설금융 포럼]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 "산유국 고마진 정제플랜트 눈독, 해외역량 키워야"
김장환 기자공개 2016-04-27 09:26: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6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유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투자가 대폭 늘어날 것이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가 하락과 맞물려 글로벌 정유회사들의 수익이 오히려 불어나고, 이를 목격한 산유국들이 직접 원유정제(리파이너리)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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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26일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전환기 해외 건설 강화와 질적 성장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2016 건설금융 포럼'에서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가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판단은 오산"이라며 "영업 마진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의 이익이 크게 불어나면서, 산유국들이 직접 정제 플랜트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 베럴당 3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거 100달러를 호가하던 시절에 대규모 이익을 거둬들였던 중동 등 산유국은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스럽게 원유 생산설비 발주 물량을 줄이고, 소극적인 투자로 돌아섰다. 중동 플랜트 발주에 의존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일감 축소로 비상이 걸렸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이는 시장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 비전'으로 불리는 대규모 국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유가 하락에 '돈'을 벌지 못한 시점이 길어지면서 정유와 연계된 다운스트림 발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유가가 하락한 지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적 차원에서 공격적인 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다"며 "유가 하락 정면 돌파를 위해 다운스트림 산업 투자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모색해야 한다는 기조 변화가 최근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건설사들도 이 같은 정세 변화에 맞춰 체력을 길러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왔다. 예전처럼 수주 전에 성급하게 나서기보다는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을 늘려 장기적 관점에서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화건설의 이라크 신도시 진출, 대림산업의 이란 투자 등은 미래에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저성장 시대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간에 투자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자기자본이 필요하다"며 "무리한 수주를 자제하고 유상증자,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 등 방식으로 빚을 줄이는 것에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들이 이제는 재무건전성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건설사들의 과도한 부채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운용자금이 늘고, 악성 수주로 인해 비롯된 현상"이라며 "주택사업을 통해 양호해진 현금흐름을 차입금을 줄이는데 적극 활용하고, 단기보다 장기차입금 조달 위주로 재무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 주제발표 전문
'살아남은 것이 아름답다(EPC).' 오늘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얘기하고 싶다. 이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상적이지만 건설업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굉장히 변동이 많은 사이클 산업에서 늘 변화해야 한다. 업황 좋을 때 즐기고, 업황 어려울 때 감내가 가능해야 한다.
시장 상황 분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인식이다. 지금 어떻게 시장 상황이 변화하는지 봐야 한다. 오늘 제시할 주제는 중동 플랜트이다. 중동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 유가가 굉장히 급락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동도 스스로도 이걸 몰랐다.
워렌버핏이 작년 초에 정유주를 공격적으로 샀다. 유가가 떨어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가 끊기고, 중동이 주저앉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산업 다각화를 기치로 내걸고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사실 역설적으로 저유가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유가가 떨어진 지금 중동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저유가 상황에서 중동 국가 투자가 공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 한국 건설사들은 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동 산유국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 시장 자체를 좋게 보고, 미래를 위해서 투자를 오히려 하고 있다. 한국만 유일하게 구조조정 얘기를 하고, 저유가를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방향 설정을 잘 해야 한다.
성장의 시대에는 은행에서 아무리 이자를 많이 줘도 은행에 돈을 넣지 않고 오히려 대출 일으켜 무엇인가를 사는 게 미덕이다. 건설사는 노동과 자본을 통해 돈을 번다. 성장의 시대는 노동을 통해 돈을 번다. 그런데 지금은 성장 시대가 끝났다. 그러면 건설사가 단순하게 노동을 통해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그럼 자본을 통해서 돈 벌어야 하는데, 일본 미쓰비시 부동산 회사의 사례가 있다. 미쓰비시는 단순히 부동산 개발로 돈을 벌지 않았다. 미쓰비시는 도쿄 중심에 땅을 가지고 있다. 이 땅을 메이지 유신 때 샀다. 미스비씨는 부동산 가격 안 빠지면 돈 번다고 말한다.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한화가 이라크에서 돈 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 대림이 이란에서 수주를 많이 할 것이다. 대림은 이란에 아무도 안 갈 때 직원 2~3명 보내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쳤다. 건설사는 미래를 예측해서 그들에게 시간을 내야 한다.
향후 저성장에서는 시간이 중요하다. 한국의 대형건설사들은 빚이 많다. 빚부터 줄여야 한다. 그래야 저성장 시대에서 돈을 벌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질문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시간에 투자했는가, 차입금이 줄었는가, 노동생산성은 좋아졌는가 등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
저유가 때문에 중동 발주가 끊길 것이라는 전망은 단편적인 스톡(Stock)에 대한 전망이다. 그런데 플로우(Flow) 상으로 보면 지금 중동은 투자 욕망이 크다.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시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지금 빚부터 줄여야 한다. 지금 시중금리 낮다고 은행에서 돈 빌려서 투자하면, 시간에 투자하는 게 아니다. 실제 일본이 10년간 실질 마이너스 금리인데 은행 예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읽고, 본질적인 것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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