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대표상품제도 '흐지부지'된 이유 강제성·실효성 모두 없어…"일임 없으면 무의미한 제도"
이승우 기자공개 2016-05-12 10:24:48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0일 11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금 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던 퇴직연금 대표상품제도 도입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금융 감독당국이 모범 규준을 통해 대표상품 제도 도입을 종용했으나 실제로 이를 도입한 사업자는 아직 없다.퇴직연금 대표상품제도 도입이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대표상품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일임형 퇴직연금 상품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대표상품이라는 모델 포트폴리오가 실제 운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상품제도라는 콘셉트를 국민재산증식 프로젝트중 하나인 ISA가 가져가게 됐다.
◇모범규준 불구 사업자 '눈치보기'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세부 지침을 담은 모범 규준을 발표했다. 이 모범규준 안에는 퇴직연금 대표상품제도에 대한 세부 지침도 포함돼 있다.
퇴직연금 대표상품이란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사업자가 제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다. 대표상품 유형은 기본적으로 3가지 이상 구비토록 했다. 특히 투자위험성향을 감안해 안정 추구형(안정형), 중수익 추구형(중립형), 고수익 추구형(적극형)으로 반드시 구분토록 했다.
모범규준이 발표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퇴직연금 사업자중 대표상품을 제시한 곳은 없다. 강제 조항이 아닌 데다 대표상품의 필요성을 사업자나 가입자 모두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상품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대표 상품에 가입한 이후라도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해야 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입자의 포트폴리오와 대표 상품 포트폴리오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명의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는 순간 대표상품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또 관리도 어려워 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일임형 상품이 없어 대표상품을 만들어 놓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사업자들이 대표상품 제도를 내놓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일임형 도입 필요, ISA에 주도권 넘겨"
대표상품제도는 사업자들의 운용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야 의미가 있다. 즉 일임형 퇴직연금 상품 도입이 선결돼야 하는 것이다. 90% 이상 원리금 보장상품에 방치돼 있는 현재의 퇴직연금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제도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표 상품 제도는 결과적으로 퇴직연금 일임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일임형 퇴직연금 도입이 선결돼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
감독당국 역시 이같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대표상품 제도 도입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대표상품제도 콘셉트를 ISA에 먼저 도입했다. ISA 대표상품, 즉 모델포트폴리오(MP)을 도입하면서 은행에 일임업 라이선스를 줬다. 그동안 퇴직연금 시장에서 논의되던 것을 ISA에 그대로 옮긴 것.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대표상품과 일임형 허용 관련 논의가 ISA에 그대로 옮겨 가면서 퇴직연금 쪽은 찬밥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퇴직연금 일임형 상품 도입을 위해서는 세제 문제도 풀어야 한다. 퇴직연금 일임형의 경우 수수료를 부과해야하는데 수수료 부과 방식에 따라 세제 혜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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