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계열사, 퇴직연금 사업 '고전' 삼성생명 점유율 14%대로 추락…삼성화재·삼성증권도 정체
최은진 기자공개 2016-03-21 10:00:33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7일 13: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삼성 금융계열사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 1위인 삼성생명의 점유율이 15% 밑으로 떨어지며 아성이 무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역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퇴직연금 사업 무게중심이 위기 의식 속에 아예 삼성생명 쪽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 삼성 금융계열사 점유율 2%p 이상 축소… 삼성생명 점유율 낮아진 탓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삼성 금융계열사의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3조 6707억 원, 전체 퇴직연금 시장 내 점유율은 19%로 집계됐다.
제도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19조 3024억 원, 확정기여형(DC)이 2조 794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은 1조 5734억 원으로 조사됐다. 그룹 계열사 물량을 대거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DB 적립금이 압도적으로 많다.
세부적으로는 삼성생명이 단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18조 6288억 원으로 80%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은 각각 3조 237억 원, 2조 181억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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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들의이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년 전만 해도 21%를 웃돌았다. 이는 삼성생명의 확고한 시장지위에 힘입은 결과였다. 삼성생명은 계열사 퇴직연금을 독식하다시피하며 DB 적립금을 대거 끌어모아 확고한 선두체제를 굳혔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역시 시장지위는 2~3% 대로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중위권 사업자로서의 입지는 굳건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퇴직연금 시장 내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시장 점유율도 19%로 축소됐다. 점유율이 20%를 밑돈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세부적으로는 삼성생명의 시장 점유율이 14%대로 내려앉았고,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은 후순위 사업자들에게 추월당했다.
삼성생명의 시장 점유율은 14.9%로 1년 전(16.3%)과 비교해 1.4%p 축소됐다. 삼성생명은 DB제도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최근 DC제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실적이 줄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이슈와 맞물려 계열사 자금이 일부 빠져나간 것도 점유율 축소의 한 배경이 됐다.
아울러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는 점포망을 이용한 은행업권의 공격적 마케팅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다 할 상품 및 운용 경쟁력이 없다는 점도 삼성생명 퇴직연금 사업의 한계로 꼽힌다.
삼성화재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시장 점유율이 2.7%에서 2.4%로 축소됐다. 사업자 순위는 한화생명 등에 밀리며 12위에서 14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삼성증권도 점유율이 1년 전과 비교해 0.1%p 줄었고 사업자 순위도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생명 등에 밀리며 16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 삼성 퇴직연금 사업, 삼성생명에 밀어주나
삼성그룹 퇴직연금 사업이 부침을 겪자 지난해 말 그룹 차원에서 퇴직연금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에서 퇴직연금 사업은 아주 미미한 비중에 그치지만 삼성생명만 놓고 봤을 때는 약 2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사업이다.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퇴직연금 사업 무게중심이 삼성생명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삼성화재, 삼성증권 쪽으로 분산하는 것보다 삼성생명을 확실히 밀어 1위 지배력을 공고히 하자는 취지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좀체 늘지 않고 마케팅도 활발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화재의 최근 1년 간 퇴직연금 실적은 1300억 원, 삼성증권은 20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한 보험사 퇴직연금 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퇴직연금 사업이 각 계열사가 각자 영위하는 방향에서 삼성생명 쪽으로 밀어주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은행업권의 맹공격 속에 삼성생명의 지위 조차 흔들리는 상황에서 삼성생명 1위 자리 지키기에 나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과거 퇴직보험 시장에서 절대강자였던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은행의 공격적 마케팅 속에 영향력이 많이 축소된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계열사 퇴직연금 사업 역시 각자 하는 것이지, 한 쪽을 밀고 한 쪽은 죽이는 이런 형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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