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펀드, 목숨 걸고 운용하겠다" [신영, 가치투자 20년 외길] ⑨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양적 확대보다 수익률로 승부
박상희 기자공개 2016-03-07 10:03: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3일 15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펀드는 목숨을 걸고 운용해야 한다. 대부분 퇴직연금펀드가 채권을 사서 운용하는데 최악의 경우 적립한 돈밖에 못 찾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최소 퇴직연금펀드에 넣은 자금의 2~3배로 불려 주겠단 각오로 운용에 임하겠다."창립 20주년을 맞은 신영자산운용 이상진 사장의 각오다. 퇴직연금펀드는 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지만, 신영자산운용의 포인트는 좀 다르다. 경쟁사들이 자금 유치 경쟁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신영자산운용보다는 사이즈 경쟁보다는 수익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다. 펀드 성과가 좋으면 자금 유입 또한 자연스럽게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3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의 퇴직연금펀드 순자산 규모는 6976억 원으로, 7000억 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 이은 5위권이다.
채권혼합형 등 국내혼합형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순자산 규모가 5920억 원으로 전체 4위권에 랭크돼 있다. 주식형 퇴직연금펀드로 한정하면 순자산 규모는 853억 원으로, 전체 운용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전체 운용사 가운데 신영자산운용이 그만큼 주식형 퇴직연금펀드에 강점이 있다는 얘기다.
|
개별 펀드로 살펴보면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최근 1년 간 5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흡수하며, 운용 규모가 854억 원으로 뛰었다. 신영자산운용의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가장 많은 자금을 흡수했다.
신영자산운용은 여러 연금펀드 중에서도 퇴직연금펀드에, 퇴직연금펀드 가운데서는 주식형펀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개인연금은 가입 여부가 개인의 선택에 달렸지만, 퇴직연금은 강제성이 있다. 금액 측면에서 봐도 국민연금보다 퇴직연금이 규모가 더 크다. 퇴직연금이 앞으로 가장 규모가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의 설명이다.
안정성을 강조하는 채권혼합형 위주의 퇴직연금펀드가 주식형펀드로 점차 옮겨가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다. 펀드 판매사들이 라이프 사이클펀드라고 해서 40~50대에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고 60대에 채권 위주로 운용하는 상품을 이야기 하는데, 이건 세일즈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다. 실제로는 주식 투자 위주로 가야 한다. 일본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1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판매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계속 어려우면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채권 사서 운용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
퇴직연금펀드 운용 규모는 KB·미래에셋·삼성자산운용 등 대형 종합 자산운용사를 제외하면 신영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가치투자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중소형사가 강세다.
"신영자산운용이 퇴직연금펀드랑 궁합이 잘 맞다. 가치투자라는게 장기 투자를 내포하는데, 퇴직연금펀드는 태생적으로 장기로 운용될 수 밖에 없으니까. 특히나 신영은 배당주 투자에 강하다. 가치주인데 거기에다 플러스 알파로 배당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니까 장기로 절대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퇴직연금펀드 특성에 잘 들어 맞는다."
퇴직연금펀드 역시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판매사의 파워가 막강하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대형 펀드 판매사인 운용사들에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KB자산운용의 퇴직연금운용 규모가 가장 먼저 2조 원을 돌파하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에는 국내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모회사인 신영증권이 여의도에서 소문난 알짜배기 증권사이기는 해도 펀드 판매 파워 면에서는 대형 판매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 신영자산운용 입장에서는 대형 판매사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신영자산운용은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나 설명회 등을 진행한 적이 없다. '노 마케팅이 마케팅 전략'이라는 게 신영자산운용 마케팅 관계자의 설명이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운용 규모를 키우려는 '물타기' 전략과 다름없다. 추가로 자금이 들어오면 좋기야 하지만, 신규 자금으로 AUM(순 운용자산) 규모를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혹여 추가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기존 자금으로 AUM 규모를 더블 스코어로 만들자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별도 마케팅을 하지 않더라도 펀드 성과가 좋다면 판매사들도 우리 펀드를 팔아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운용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이상진 사장의 말투는 거만하거나 오만하게 들리지 않았다. 퇴직연금펀드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것보다 장기 성과 측면에서 1위를 하겠다는 그의 포부에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AACR 2025 프리뷰]신약 개발 속도내는 제이인츠바이오, 연구 2건 출격
- [AACR 2025 프리뷰]국내 항암 신약 투톱 유한양행·한미약품, '최다' 기록 쓴다
- 뉴로바이오젠, 6.5조 L/O에 1% 마일스톤…상업화 '관건'
- [제약사 개발비 자산화 점검]한미약품, '비만약' 28억 신규 산입…내년 출시 기대감 반영
- [AACR 2025 프리뷰]항암 신약 글로벌 진출 필수 관문, 커지는 K-바이오 존재감
- 2000억 현금 보유 일성아이에스, 부동산 베팅 '요양원' 발판
- OCI홀딩스, 부광약품 '유증' 활용법 '실권주·신주증서'
- [제약사 개발비 자산화 점검]신약보단 우주, 보령의 R&D 가치 단 150억 '카나브' 뒷배
- [지배구조 분석]에이에프더블류 오너2세 승계 완료, 주가 저점국면 활용
- [Company Watch]'실적 개선' 화승코퍼레이션, 해외 사업 확대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