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5월 17일 1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6조 6510억 원으로 생보업계 11위 규모인 알리안츠생명보험이 최근 50억 원에 매각됐다. '헐값매각'의 가장 큰 원인은 유럽에 '솔벤시Ⅱ(SolvencyⅡ)' 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본규제가 적용되면 대규모 추가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판정이 내려지면서 알리안츠생명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M&A 시장에서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KDB생명보험도 알리안츠생명과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도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제도 변화에 따라 1조 원 이상 대규모 추가 적립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DB생명 준비금 부족액 총합 1조 1916억…생보업계 5위

KDB생명은 지난해 말 LAT 책임준비금 부족액 총합이 1조 1916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족액 총합만 따지면 24개 생보사 중 대형 3사와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KDB생명은 금리연동형과 변액연금 항목에서 대규모 잉여금을 쌓았기 때문에 부족액 총합의 규모가 큰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행 LAT제도에서는 잉여액과 부족액을 비교해 잉여액이 많을 경우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AT제도 변경이 예고되면서 대규모 책임준비금 부족액 총합이 KDB생명의 발목을 잡게 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유럽의 솔벤시Ⅱ를 모델로 LAT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솔벤시Ⅱ를 감안하면 새로운 LAT제도는 유형별(상품군별) 잉여·부족액 상계처리를 금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KDB생명은 책임준비금 부족액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문제는 KDB생명의 지급여력금액 규모가 9506억 원에 불과해 추가 적립을 감당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KDB생명, 제도 변경에 따라 1조원 규모 증자 필요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가 되는 RBC비율은 지급여력금액과 지급여력기준금액에 따라 결정된다. RBC제도에서 지급여력금액은 보험사의 자본금, 계약자배당을 위한 준비금, 대손충당금, 후순위차입금 및 이에 준하는 것의 총합에 금융위원회가 정한 몇 개의 항목을 차감한 금액을 뜻한다.

보험사가 이익잉여금이나 자본금을 LAT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 용도로 활용하게 되면 지급여력금액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RBC비율도 대폭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말 시점에서 KDB생명이 내부 자원으로만 책임준비금을 추가 적립한다고 가정하면 RBC비율이 마이너스(-)45.25%로 추락하게 된다. 이 경우 KDB생명은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돼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적기시정조치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1조 원 수준의 증자를 단행해 RBC비율을 150%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결국 KDB생명의 대주주는 제도 변경에 따라 1조 원 수준의 대규모 자금지원(증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KDB생명의 매각가가 투자원금인 8500억 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배(매각가)보다 배꼽(추가 자금지원)이 커지는 격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 부담이 M&A 시장에서 KDB생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 중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 부담을 안고 KDB생명을 인수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미 2014년에 매각이 무산된 적이 있는 만큼 주인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