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5월 31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젠택배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예비입찰 참여자들이 잇달아 인수 철회를 검토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인수 후보들은 막상 실사를 진행해보니 로젠택배의 성장성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로젠택배의 현 타깃 고객인 중소형 화주를 넘어 대형 화주를 공략, 접수하는 것이 생각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이를 설명해 주듯, 로젠택배 인수 적격 예비후보(숏리스트) 3곳 중 유일한 재무적 투자자(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이미 실사 초기에 손을 뗄 의사를 내비쳤다. 글로벌 동종업체 DHL도 최근 인수전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자 측이 기대하는 4000억 원 안팎 에퀴티 밸류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매물로서 로젠택배 자체의 매력도가 기존 관측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응찰을 망설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로젠택배가 타 택배업체와 달리 분류되는 주요 기준은 이 회사가 갖춘 '에셋 라이트(Asset-light: 보유자산이 적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에셋 라이트 모델은 직접 보유 자산과 물류업 운영을 위한 설비 투자 등을 최소화하면서 대리점 체제를 고수하는 형태로, 초기 설비 투자나 고정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CJ대한통운이나 현대로지스틱스와 같은 종합물류업 회사가 주로 대형 화주를 고객으로 하는 반면, 로젠은 중소형 화주에 특화돼 있다.
매각자 측이 IM(Information Memorandom)을 통해 투자 하이라이트로 제시한 것도 바로 중소형 화주가 주 고객군이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화주와 중소형 화주의 물류 단가 간 차이가 꽤 큰 편이다. 예를 들어 대형 화주가 택배 1개당 2100원~2600원이라면 중소형 화주의 가격은 2500원~2900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같은 물량일 경우 수익성은 더 높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사에 참여한 인수 후보는 오히려 이러한 에셋 라이트 모델이 중소형 화주만을 공략할 수 밖에 없는 제한적 요인으로 간주했다. 투자를 최소화해서 일시적인 수익성은 높였을지 모르지만, 결국 대형 화주 고객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설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젠택배는 자동 분류기와 같은 기계 설비 없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중소형 시장에서 로젠택배가 성장할 수 있는 룸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전체 물류 시장에서 중소형 시장의 비중이 높아질 확률이 높긴하지만 대형 시장을 선점한 대기업 물류기업들이 이미 중소형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의 메가 허브터미널 조성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2018년 6월 가동을 목표로 최첨단 택배 메가 허브터미널을 만들고 있다. 메가 허브터미널은 시설과 분류 능력 면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지향하고 있다. 지상 4층, 지하 2층, 2개동에 30만㎡(약 9만평)로 축구장 40개 넓이와 맞먹는 규모일 뿐 아니라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융복합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관련업계는 CJ대한통운이 택배 단가를 200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낮추면서 대형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메가 허브터미널 완공 후에는 중소형 시장까지 침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물류기업의 중소 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격화되면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 로젠택배와 같은 에셋 라이트 모델은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인수 후 투자금을 회수해야하는 재무적투자자(FI)입장에서나 크로스보더 시장을 노린 DHL입장 모두 로젠택배의 사업 성장성에 확신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로젠택배 본입찰 예정일은 5월 6일에서 6월 초로 순연됐다. 매각자인 베어링PEA가 희망하는 로젠택배 매각가는 3000억~4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젠택배가 베어링PEA에 인수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당시 지분 전량의 매매가는 1580억 원이었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하반기 KGB택배 지분 약 70%를 250억 원에 사들여 덩치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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