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M&A 금호그룹 '계획'대로 흘러갔다 감사원 지적사항에 포함...김성산 대표선임·유증방해 방지장치 없었다
윤동희 기자공개 2016-06-17 09:56:57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6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5월 타결된 금호고속 인수합병(M&A)이 사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짠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금호고속을 펀드에 팔 때부터 부여된 우선매수권에 더해 대표 선임, 기습적 유상증자까지 치밀한 계획아래 짜여진 작전에 방심하고 있던 IBK 펀드가 속수무책으로 회사를 내줬다는 지적이다.감사원은 지난 16일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공개하며 IBK투자증권의 금호고속 지분 매매 업무와 관련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PEF 운영시 기업가치 손상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통제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감사원 지적 사항을 종합해 사건을 재구성하면 금호고속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삼구 회장의 의도대로 흘러갔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IBK투자증권과 케이스톤이 공동GP로 참여해 만든 이 PEF는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별다른 방어계획을 세우지 않아 상대방의 의도대로 끌려다녔다.
2011년 말 금호고속 지분을 포함한 패키지 딜을 두고 IBK 등과 경쟁을 벌였던 곳 중에는 칸서스가 있었다. 칸서스는 금호그룹의 '백기사'로 지칭되는 등 박 회장과의 친밀도가 높은 PEF다. 주채권은행으로서 패키지 매각을 맡았던 우리은행은 이런 친밀함으로 진성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우리은행의 걱정을 피해 IBK펀드가 더 높은 가점을 배점받아 IBK펀드가 선정됐지만, 결국 결말은 같았다는 설명이다.
IBK-케이스톤 PEF는 2012년 6월 박삼구 회장과 금호고속 주식 100%를 3310억 원에 매입했다. 이 거래에는 금호고속이 지분 50%를 소유한 금호리조트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 박 회장과 PEF는 해당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박 회장에 부여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패키지 매각 직전 박 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받아 놓은 우선매수권이었다. 사실상 2011년 하반기부터 회사를 되찾아올 작전에 돌입한 상태였다는 얘기다.
우선매수권의 내용은 이랬다. PEF는 설립일로부터 2년 8개월까지 공개매각 입찰 등을 통해 형성된 가격을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에 제안하지 못할 경우 △금호고속 주식과 금호리조트 주식 △금호고속 주식 △금호리조트 주식 등 3가지 종류의 우선매매대상주식에 대해 최종 매각 제안을 하고 박 회장은 이중 선택한 우서매매대상 주식을 명시, 수락통지를 하도록 돼 있었다. 선택하지 않은 주식에 대해서도 우선매수권은 있었고 매매가격과 기타 주요 매매조건에 대해서도 박 회장과 합의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있었다.
여기에 주식매매계약서에는 "PEF는 설립일로부터 3년 간 박 회장이 추천한 자를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금호고속의 대표이사인 김성산 사장이 박 회장 측 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본다"고 약정돼 있었다. 김 사장은 금호그룹 계열사의 임원을 거쳐 매각 이전부터 금호고속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박 회장의 측근이었다. 박 회장에 유리하게 업무를 집행할 유인이 컸다.
이 모든 조건은 IBK 측에 현저히 불리했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공개매각 입찰에 실패할 경우 매수가격 협상이 유리하고, 금호고속이나 금호리조트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더 낮은 가격이 인수할 수 있었다. 대표선임 권한까지 가져가 목적과 수단까지 모두 확보한 상황이었다. 의도적으로 공개매각 입찰을 방해하거나 기업가치 훼손을 할 개연성이 여지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IBK 측이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당시 작성한 출자제안서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금호고속 매수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업가치를 손상시키는 일련의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통제방안(Positive & Negative Covenant)이 필요하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IBK투자증권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는 이미 세간에 알려진 대로 흘러갔다. 2014년 8월 박 회장이 금호리조트의 유상증자를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김 사장은 유상증자에 참여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사의 전원찬성이 있어야 금호고속이 유증에 참여할 수 있는데 김 사장은 증자가액이 장부가액보다 높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PEF 측 인사로 참여한 이사는 모두 유증에 참여해 논란이 일었다. 그 결과 금호고속은 유증에 참여하지 않았고 금호리조트에 대한 지분율은 50%에서 48.8%로 떨어지게 됐다.
게다가 IBK투자증권이 금호고속 주식을 공개매각 하는 과정에서 인수 의향자가 실사에 필요하다고 요청한 자료를 보내주지 않았다. 금호고속 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걸 박 회장이 김 사장을 통해 막았다는 뜻이다. 결국 매도인은 우선매수 제안가격 형성에 실패했고 울며 겨자먹기로 박 회장에 금호고속과 금호리조트 주식을 묶어 4500억 원에 인수를 제안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두 회사를 패키지로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IBK에 전달해 왔는데 4500억 원의 인수 제안을 받자 금호고속 주식만 인수하겠다고 태도를 돌변했다. 이미 기습 유상증자로 50%가 넘는 지분율을 금호고속이 아닌 박 회장 측이 보유한 금호리조트는 제3자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힘의 균형이 박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박 회장은 4500억 원에서 350억 원을 할인해 금호고속과 금호리조트를 모두 인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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