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 롯데케미칼 홍콩법인, 투자금 향방은 [흔들리는 롯데]2007년부터 5년간 392억 투자…2010~2011년 대부분 손실 처리
박창현 기자공개 2016-06-21 08:33:05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7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창구 의혹을 받고 있는 자사 홍콩법인에 총 5년 간 392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09년 홍콩법인이 추진하고 있던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이후 2년 여에 걸쳐 투자금을 전액 손실처리했다. 해외 공장 건설을 위해 수백억 원을 투입했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투자금만 전액 날린 셈이다. 수사당국은 허무한 투자금 손실 처리 과정에서 오히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롯데케미칼이 홍콩법인(Honam Overseas Holdings Limited)에 첫 투자를 집행한 때는 2007년이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국영 카타르석유(QP)와 손잡고 카타르 현지에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타르 합작 프로젝트 투자를 위해 설립한 해외 계열사가 바로 홍콩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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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2007년 2000만 원 투자를 시작으로 2008년과 2009년 두 해 동안 홍콩법인에 총 376억 원을 투입한다. 대규모 자금 지원 덕분에 홍콩법인은 300억 원대 자본력을 갖춘 우량 투자회사 면모를 갖춘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해외 증설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건설 비용 상승에 따른 채산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2009년 카타르 합작 프로젝트 사업은 결국 무산된다.
프로젝트가 좌초되면서 수익원이 없어진 홍콩법인도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2010년 358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이듬해에도 368억 손실이 났다. 누적 적자로 인해 투자금도 모두 날린다. 롯데케미칼이 껍데기만 남은 홍콩법인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들다고 판단, 투자금을 전액 비용 처리했기 때문이다.
먼저 2010년 전체 투자금의 약 95%에 해당하는 362억 원을 손실처리했다. 투자금 손실 처리 영향으로 홍콩법인 장부가는 '0원'이 된다. 지분 가치가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다시 2011년 10억 원을 추가 투입했지만, 이 역시 적자로 인해 비용 처리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케미칼이 투입한 총 자금은 392억 원이다. 이 가운데 96%에 해당하는 378억 원을 프로젝트 무산 전에 투입했다. 2009년 프로젝트 무산이 결정된 이후에 투입된 자금은 14억 원 수준이다.
홍콩법인은 합작 프로젝트 투자 목적으로 설립돼 수백억 원의 자금을 지원 받았지만 아무것도 이뤄낸 것 없이 투자금만 전액 허공으로 날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홍콩법인은 현재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의 핵심 창구로 거론되고 있다. 투입한 자금만 있고, 실재적 자산이 없는 까닭에 비자금 세탁을 위한 중간지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2009년 프로젝트 무산이 결정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소액이지만 투자가 이뤄진 점과 수 년이 지난 2013년이 돼서야 청산 절차를 밟게 된 점도 의문으로 남았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적법절차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먼저 2009년 이후 이뤄진 홍콩법인 자본금 확충은 기본 회사 운영과 청산 비용 조달 목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청산 시기가 늦춰진 배경에 대해서는 회계자료 보관기간 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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