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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양조·하이트진로 주정사업의 교훈 [thebell note]

이효범 기자공개 2016-07-04 08:08:45

이 기사는 2016년 06월 30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정제조사들의 시장 점유율 변동은 드문 일이다. 현행 주세법상 '대한주정판매'가 소주의 주 원료인 주정을 제조사들에게서 직접 사들여 소주 제조사들에게 독점 공급하는 시장구조 때문이다.

대한주정판매가 각 제조사들에게서 사들이는 주정의 규모는 제조사들이 보유한 대한주정판매의 지분율에 연동된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조사 일수록 대한주정판매의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사들이 대한주정판매 지분율을 늘려야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제조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M&A(인수합병)나 보유한 대한주정판매 지분 거래가 시장점유율 변동을 일으키는 유일한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지부동일 것 같았던 주정시장에 올해 들어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보해양조의 최대주주인 창해에탄올이 하이트진로에탄올 인수를 공식화했다. 창해에탄올은 하이트진로에탄올 인수로 시장점유율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려 조만간 업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창해에탄올의 전신인 보해산업은 15년 전인 2001년만 해도 12개 주정제조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당시 보해산업의 시장점유율은 6%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다. 1위였던 진로발효와 약 9%포인트의 차이가 날 정도였다.

보해산업은 2003년 보해주정을 합병하고 이듬해 사명을 창해에탄올로 변경했다. 이후 추가적인 M&A로 대한주정판매 지분율을 늘려 창해에탄올은 2005년 주정시장 내 2위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창해에탄올과 달리 하이트진로에탄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여전히 5% 대에 머물렀다. 주정제조사 가운데 가장 낮은 점유율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정시장 전체규모는 28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커졌다.

M&A를 통해 주정시장 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에탄올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룹의 자산규모가 5조 원을 웃도는 만큼 자금동원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이트진로에탄올은 설립된지 30여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하이트진로에탄올이 그룹 내에서 비주력계열사라 지난 십수년간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에탄올을 매각하는 이유 역시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에탄올의 경영진도 매각 결정을 앞두고 그룹 내에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1위를 눈앞에 둔 창해에탄올과 달리 하이트진로에탄올은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지 못한데다 결국에는 주정사업에서 철수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창해에탄올 관계자는 "15년 전만 해도 창해에탄올과 하이트진로에탄올은 주정업계 하위권 업체에 속했다"며 "(창해에탄올은) 주정제조가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해에탄올이 업계 1위에 오른 비결이다. 더불어 창해에탄올과 하이트진로에탄올이 주정사업에서 엇갈린 운명을 맞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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