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07일 09: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경영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돈'이다. 사업 규모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꼬인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풀어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일이 다반사다.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는 벤처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텅 빈 곳간 탓에 불안과 스트레스만 더 증폭된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한 대박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당장 밀린 임대료와 직원 급여를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금 유치는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이제야 비로소 돈 걱정없이 사업에 매진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또 다른 족쇄가 채워진다. 벤처기업이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지 알지 못하는 벤처캐피탈은 까다로운 계약서를 들이밀며 훈수를 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질 조짐만 보여도 여러 원인을 짚어가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조금 더 상황이 나빠지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계적인 대응에 나서며 투자금 회수에 열을 올린다.
경영진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창업 당시 계획한 사업을 지켜나갈 것인지, 아니면 당장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영업에 집중할 것인지 갈등한다.
벤처 1세대로 불리는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은 대부분 이 지점에서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이 가려고 하던 길을 걸을 때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불장군과 같은 행동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자와 끊임없이 타협점을 찾으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시켜 진정한 사업의 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업들은 이런 노력을 간과한다. 스타트업 회사를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상장사의 오너들조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대표 코스닥상장기업인 C사의 회장은 아직까지도 벤처캐피탈을 고리대금업자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도 한국거래소 설립 20주년을 맞아 참석한 행사 자리에서 수익만 쫓는 벤처캐피탈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사업초기 이면계약까지 요구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벤처캐피탈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벤처캐피탈들은 이 같은 발언이 나올때 마다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불합리한 투자관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지원하고 있는 대다수 심사역들의 노력이 폄훼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은 맡은 임무자체가 상반돼 서로 오해하기 쉽다. 돈을 지원 받아 사용해야 하는 벤처기업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는 기분을 느낀다. 반면 투자한 돈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벤처캐피탈은 돈을 떼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둘의 지향점은 같다. 벤처기업이 잘돼야 투자도 성공할 수 있다. 서로 협력·공생해야 하는 관계지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앞선 C사 조차도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장담할 수 없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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