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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의 핀테크 세상]'금융의 알파고' 로보어드바이저의 가능성

신승현 옐로금융그룹 대표공개 2016-07-13 08:57:1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1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잔류냐 탈퇴냐. 올해 초부터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였고, 지난 6월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브렉시트다. 하원의원 피살 사건 이후 잔류 쪽에 무게가 실렸으나, 막상 개표가 시작되자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전 세계의 관심이 투표 결과에 쏠린 가운데 투자자들은 양분되어 배팅을 했고,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자 시장은 출렁였다. 탈퇴가 결정된 24일, 설마 하던 결과가 공개되면서, KOSPI가 3% 이상 하락했고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 순간 문득 인공지능은 브렉시트를 알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대 로봇이라는 강렬했던 바둑 대결의 여파로 우리에게 '인공지능=알파고'라는 인식이 생겼다. 요즘 심심치 않게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을 '알파고'라 지칭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 자회사에서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이다.

인공지능은 약 60년 전부터 연구되기 시작됐다. 인간의 지능을 필요로 하는 시각적 지각, 언어 인식, 의사 결정, 번역 등의 영역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1940년대 후반에 '인공적인 두뇌'의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1950년대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낙관론이 쏟아졌다. 다방면으로 개발과 실험이 이뤄졌고 많은 가능성이 제시되었으나, 재정적인 어려움과 기술적인 제한(컴퓨터 능력, 축적된 데이터 등)으로 테스트 버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한 동안 제자리에 멈춰 있던 인공지능 분야가 최근 재조명되는 이유는 이러한 제한 사항들이 대부분 해결되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비약적으로 개선된 컴퓨터 사양과 이에 반해 저렴해진 가격, 그리고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IoT의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이 가장 큰 변화이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는 똑똑한 자동화 시스템 없이는 분석이 어려운 수준이 되어 자연히 인공지능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미 많은 ICT 회사들은 선제적으로 회사를 사들이거나 투자를 했고 전문 인력을 충원하여 본격적으로 개발을 하고 있다. 아직 선두가 없는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회사는 더 많은, 더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한 곳이다. 인공지능을 빠르게 학습시키고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테크의 세계에서도 중심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이미 변화가 가시화 되고 있다. 얼마 전 금융위에서 개정안 입법예고가 발표되면서 더욱 성장이 기대되는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바로 그 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자금과 투자 성향을 고려하여 알고리즘에 기반한 자산 운용 및 자문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투자 판단을 하며 알고리즘은 새롭게 축적되는 데이터와 테스트에 의해 계속해서 보완된다. 저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이미 해외에는 4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는 올해 초부터 활성화 되고 있다.

그렇다면 로보 어드바이저는 브렉시트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사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최고의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위험대비 가장 좋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기간 얼마나 더 높은 수익을 냈는지 보다는 얼마나 시장의 충격을 잘 감지하고 더 위험이 적은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국내 로보 어드바이저들의 대응을 살펴보자. '쿼터백투자자문'은 브렉시트가 결정되기 열흘 전, 파운드화와 독일 국채금리의 움직임에서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유럽 지역 자산을 50% 이상 낮춰 손실을 줄였고 24일 0.97%의 수익률을 냈다. '디셈버앤컴퍼니' 역시 유럽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을 늘려 1.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투자 전문가보다 뛰어나며 이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는데, 최근 발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 예고에 따르면 오는 11월부터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가 직접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제공하거나 자산을 위탁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 가능하며 수수료가 낮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인공지능이 투자에 국한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금융 분야에서 적용 범위와 역할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의 일상에서 '돈'과 관련된 행동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제공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제 수단의 선택, 최적의 소비 방안, 미래 재무 설계, 필요한 금융 상품 추천, 사기 거래 방지 및 탐지 등 매일의 고민을 조금씩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다. 알고리즘의 실패로 인공지능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그로 인한 손실과 문제의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 사실상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도 없으며, 인공지능의 활용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도덕적, 법적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투표 결과가 발표되던 날 미국의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이자 약 48억 달러(약 5조 원)를 운용하는 'Betterment'는 24일 오전동안 거래를 중지했다.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고객의 거래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표명되었으나 이로 인해 로보 어드바이저의 운용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운용의 판단 주체와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인공지능은 분명 매력적인 분야며 예측하기 어려운 잠재력을 가졌다.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을 것이고 우려와 의심도 커지겠지만, 분명히 새로운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금융에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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