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20일 10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뭐, 을이 갑한테 져야지 어쩔 겁니까"매장 문을 닫게 된 한 대리점주는 모든 것을 다 체념한 듯 털어놓았다. 지방에서 노스케이프 매장을 운영하는 그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패션그룹형지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일 때마다 왕복 7시간씩 걸리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2월 노스케이프 매장을 인수할 때만해도 그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2014년 월 매출이 6000만 원에서 많으면 1억 까지도 나왔다고 했던 터였다. 그러나 상황은 1년 새 급변했고, 급기야 작년에는 전년 매출의 30%만을 거둘 수 있었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리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리점주는 겨울 성수기에도 월 매출이 3000만 원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결국 형지는 노스케이프 오프라인 유통을 중단하고 앞으로 온라인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키로 했다. 일부 대리점은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로 전환을 유도했다.
문제가 된 건 형지의 매끄럽지 못한 '고별방식'이다. 형지는 대림점주와의 계약서에 명시된 '사업상 주요 결정 관련 3개월 전 통보' 조항을 지켰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매장을 개별적으로 방문해 대리점주와 상담을 진행했다. 현재 전국 40곳 대리점 중 19곳이 형지의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 등으로의 매장 전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30명 안팎의 전국 노스케이프 대리점주는 지난 7일 패션그룹형지 본사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기업이 각 대리점주에 제시한 보상 기준이 모두 달랐고,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점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근처에 형지의 아웃도어 매장이 있는 경우는 아예 다른 오프라인 매장 전환 제의조차 받지 못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경우 사업을 접는 게 맞다. 다만 절차상의 이견이 있다면 대리점주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시위에 참여한 대리점주에게 해산을 종용하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회유하는 건 종합패션유통 기업을 표방하는 형지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노스케이프가 시장에 진입할 당시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였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1차 상권 이외에도 2차, 3차 상권까지 무리하게 매장을 늘렸던 게 화근이었다고 지적했다.
전국 노스케이프 매장은 현재 고별세일전이 한창이다. 때로는 이별이 누군가를 더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형지가 대리점주에게 택한 고별 방식은 형지를 '을 위에 군림하는 갑'으로 기억하게 만들지 모른다. 모두가 아웃도어 엑시트 전략을 고민하는 지금 형지의 행보는 자칫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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