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플랫폼 기업 '고-젝'의 성공 [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고영경 교수공개 2016-08-25 08:54:07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3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구 3000만이 넘는 거대 도시 자카르타의 꽉 막힌 도로. 차량 평균속력은 시속 8킬로미터가 채 안된다. 멈춰선 차량 사이로 끊임없이 질주하는 1800백만 오토바이 가운데 초록색 점퍼와 헬멧에서 'Go-Jek'이라 적힌 문구를 찾아내기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나디엠 마카림(Nadiem Makarim) 이 설립한 인도네시아 최대의 오토바이 공유서비스 이름이 바로 '고-젝'이다.고-젝은 2010년 10월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로 시작했다. 단 한 개의 콜센터와 20명의 오토바이 기사들이 전부였다. 사실 개인 오토바이 택시(이 기사들을 Ojek이라 부른다)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동네 어귀에 모여있는 오토바이가 있으면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가격을 흥정해서 타고 다니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개인 대 개인의 거래였던 것을 고-젝이 회사를 만들어 연결해주는 방식의 사업으로 바꾼 것이다. 사업 초기 고-젝은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난해 1월에야 모바일앱을 런칭했다.
그런데 놀랄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앱을 런칭한 지 고작 1년 반, 고-젝은 인도네시아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외형적 성장이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2015년 초기 고-젝의 모바일 앱은 수도인 자카르타와 인근 도시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됐으나, 곧이어 3월에 는 발리, 4월 반둥, 6월 수라바야, 8월 마카사르, 12월 족자카르타와 메단, 팔렘방, 스마랑, 발릭파판, 그리고 2016년에는 말랑, 솔로, 사마린다, 마나도까지 서비스 지역이 급속도로 확장됐다.
기사 수도 2015년 5월 3000명에서 불과 3개월만인 8월 3만 명으로 급증하더니 현재는 무려 20만 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고-젝의 비즈니스도 다양해졌다. 고-젝 앱에서는 오토바이를 기반으로 퀵서비스, 쇼핑, 음식 배달 뿐 아니라, 우버나 그랩과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추가됐다. 2015년 10월부터는 미용 서비스(Go-Glam), 마사지와 청소, 버스정류장까지 이동서비스, 티켓 예매(Go-Tix), 배송, 그리고 고-페이(Go-Pay)라는 지불 결제 시스템까지 갖췄다.
고-젝은 인도네시아에서의 대단한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올 2월 인도의 스타트업C42 엔지니어링과 코드이그니션(CodeIgnition) 두 회사를 인수하고, 방갈로르에 기술센터를 오픈했다. 현재 Go-food(음식배달)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하루 평균 3만3000여 건의 주문이 발생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4만건 이상이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대단한 수익을 내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을 등에 업고, 고-젝은 최근 5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13억 달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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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젝의 성공은 기존의 개인간 단순 거래를 스마트폰 앱 기반 B2C모델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현지 사정에 맞추어 차량 대신 오토바이를 기반으로 선택한 점과 현금결제방식도 주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용자가 급증하는 시점에 신속하게 서비스를 다양화함으로써,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은 우버나 그랩 등 다른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혁신적 성과로 평가할 만 하다.
우버는 최근 중국에서의 서비스를 디디(Didi)에 넘기고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랩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오토바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젝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디엠 마카림(Nadiem Makarim) 이 말레이시아 그랩(Grab)을 설립한 안소니 탄과 후이링 탄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동창이지만, 지금은 가장 치열한 경쟁자로 맞서게 됐다.
고-젝이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뛰어든 인도 시장에서도 연달아 성공을 거둘지는 앞으로 지켜 볼 관전 포인트다. 인도 시장의 경우 제도적 장벽, 문화적 차이, 그리고 거대한 경쟁자들 등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또한 서서히 표출되기 시작하는 고-젝 내부 문제도 눈여겨 볼 대목. 요금 인하에 따른 오토바이 기사들의 수익 감소가 회사에 대한 항의와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그랩이 운전자에게 조금 더 유리한 요금체계를 적용한 덕택에 운전자들이 우버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만도 경쟁자인 그랩바이크를 비롯오토바이 서비스 앱이 10개가 넘는다. 기사들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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