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02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카드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지만 저희에게는 수익 증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최근 부가가치통신망(VAN, 이하 밴)업계의 한 임원과 만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 침체로 신용카드 결제 규모가 줄어들 수 있지만 신용카드를 쪼개서 결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밴 사업자들의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밴 사업자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를 받는 방식 때문이다. 밴 사업자들은 결제 과정에서 가맹점과 카드사를 중계해주고 수수료를 받아왔다. 현재 밴 사업자들은 '정액제' 방식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정액제는 승인 건수를 기준으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다. 즉, 10만 원짜리 카드결제 1건이나 1만 원짜리 카드결제 1건이 동일한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결국 김영란법 시행으로 총 결제금액이 같더라도 신용카드를 쪼개서 결제하면 결제 승인 건수가 늘어나게 되고, 그 만큼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표정 관리에 힘썼다고 한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수수료 부과방식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하면서 밴 사업자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정률제는 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10만 원짜리 결제 1건이나 1만 원짜리 결제 10건이나 밴 사업자들이 받는 수수료는 거의 차이가 없게 된 셈이다. 이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신용카드를 쪼개서 결제하더라도 밴업계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카드사들과 밴업계는 내년부터 '수수료 정률제'를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수익 증대를 꿈꿨던 밴업계는 이제 수익 감소를 우려하게 됐다. 특히 '수수료 정률제' 시행으로 최대 40%의 수익 감소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밴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수익 악화 우려에도 밴 사업자들은 느긋한 모습이다. 일부 해외 진출에 나서거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상위 업체들이 시장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등 밴업계 1~5위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한다.
문제는 간편결제 등으로 대표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결제시장 확대로 신규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 등 대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유통망과 자본력을 집중하면 시장 확대는 손쉬운 일이다. 그만큼 기존 사업자들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밴 사업자들도 이제는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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