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 행동주의 헤지펀드, 무늬만 행동주의? 펀드 규모 수백억 원 수준…실제 주주권 행사 쉽지 않을 듯
이충희 기자공개 2016-11-23 09:25: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8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이달 말 선보일 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 '라임데모크라시'가 무늬만 행동주의 펀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펀드 규모가 수백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해당 기업에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다만 최초로 행동주의를 표명한 헤지펀드를 출시했다는 점에서 운용 전략이나 출시 배경 등에 대해 시장의 관심은 적지 않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내며 화제가 됐던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가 대표적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였다.
◇펀드 규모 크지 않아…'행동' 나설 수 있을까
라임자산운용은 PB센터 개인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집해 펀드를 한 상품당 200억~300억 원 내외로 굴리는 운용사다. 이번 라임데모크라시 펀드 역시 개인들을 위주로 49인 이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할 예정이라 펀드 사이즈는 크게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많아야 수백 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는 이 펀드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특징인 배당 확대,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해당 회사에 적극 요청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운용규모는 약 270억 달러, 한화 32조 원 규모다.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의견을 낼 당시 옛 삼성물산 지분을 7.12%, 당시 시가 약 7000억 원 규모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원하는 결과를 받아내지는 못했다.
이 밖에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 중 가장 잘 알려진 아이칸 어소시어츠(Icahn Associates)는 350억 달러(41조 원),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 Capital Mangement)는 240억 달러(28조 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어 사이즈가 상당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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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라임자산운용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전체 헤지펀드 운용규모를 다 합쳐도 300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또 이 펀드들이 롱숏, 메자닌, 로보어드바이저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상품들로 구성돼 있어 새롭게 론칭할 데모크라시 펀드와 연합을 이뤄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하성 펀드 규모 작아 어려움…이벤트 드리븐 전략 펀드 해석도
업계는 국내에서 운용된 첫 행동주의형 펀드로 지난 2005년 라자드자산운용이 선보인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고문자격으로 실질적 운용을 맡아 '장하성 펀드'로 불리기도 했다. 시장에 다소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이 펀드는 그러나 출시된지 6년 만에 청산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목표에 비해 펀드 규모가 크지 않았고 이런 목표를 뒷받침할만한 세부 전략이 뚜렷하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으로 기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보통 10% 이상 지분이 있어야 하지만 규모가 작아 현실화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역시 규모가 크지 않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다소 역부족일 수 있다는 해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단순히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형태 헤지펀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 이벤트 드리븐이란 기업에 특정 이벤트가 발생해 금융자산 가치가 급반전 될 때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가업승계가 구체화되는 시기이고 여기에서 파장될 기업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시기를 활용한 주식 매매를 통해 차익을 남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최순실 게이트 등 영향에 펀드 출시 앞당긴 듯
그렇다면 펀드 규모가 크지 않은 라임자산운용은 왜 이 시점에 행동주의 이름을 붙인 상품을 만들게 됐을까. 20대 국회들어 다양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는 것은 라임운용의 펀드 설정을 앞당긴 배경이다.
라임자산운용 측이 제공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들어 제출된 법안 중 10%를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이 차지하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 전 대표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선출권 부여, 주주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소액 주주의 경영참여권을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대선에서 야당 쪽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라 실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들이 모여 결국 다양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라임은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임자산운용이 시총 1000억~2000억 원 사이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종목을 선별하면 소액주주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에는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들도 주주총회소집요구권, 주주 제안권, 이사해임 청구권, 대표소송 제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라임이 이 권리들을 적절히 행사해가며 헤지펀드를 운용하면 소액주주들을 위한 긍정적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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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라임이 이러한 소수 주주권을 적극 요구해 실제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 아닌 실질적인 주주권리 주장을 통해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며 "장하성 펀드와 다른 길을 걸으려면 펀드 규모를 더 키우거나 보다 전략적인 운용전략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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