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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순실 후폭풍]의혹에 발목 잡힌 '이재현의 그레이트 CJ'⑦5조 투자계획 흔들, 승계·일감 이슈 '선제적 대응'

박창현 기자공개 2016-11-24 08:53:00

[편집자주]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넘어 경제·문화·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정경유착' 의혹에 다시 휩싸이게 된 재계는 강도 높은 개혁과 경제민주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최순실발(發) '나비효과'가 향후 국내 경제와 재계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3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말 액운을 쫓는 굿이라도 해야할 판입니다." CJ 관계자의 말 속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점입가경, 첩첩산중, 설상가상, 사면초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이 안될 만큼 CJ그룹은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오너 부재 리스크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꿈꿔야 할 이 시기, 다시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린 모양새다.

CJ그룹은 이재현 체제 들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4년 간 CJ그룹은 길고 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선장인 이 회장이 법률 이슈에 휩말리면서 CJ호는 갈피를 잃었다. 연이은 글로벌 인수합병(M&A) 실패와 사업 재편 동력 상실, 중장기 투자 전략 부재 등이 그 증거들이다.

이 회장이 복귀하자 CJ그룹은 전의를 다졌다. 그리고 내년도 5조 원 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진다. 최근 3년 간 CJ그룹의 연간 투자 실적은 1조 원 대에 불과했다. 중장기 비전 수립과 오너 부재 기간 누락된 투자 계획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CJ의 역대 최대 투자 계획은 그룹 중장기 전략인 '그레이트 CJ(Great CJ)' 비전과도 맞닿아있다. 이 회장은 2010년 5월 'CJ 제2도약 선포식'에서 Great CJ 비전을 야심차게 선포했다. 2020년 매출 100조 원과 해외 매출 비중 70%달성이 핵심 골자다.

CJ그룹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바이오와 물류, 멀티플렉스, 문화 사업을 투자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해외에서는 외형 확장을 위해 활발하게 M&A를 추진하고, 국내에서는 CJ만의 강점인 문화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다는 큰그림이 그려졌다.

[K-컬처밸리]조감도
K컬처밸리 사업 조감도 (제공 : CJ그룹)

'K컬처밸리'사업은 내년 CJ그룹의 문화콘텐츠 투자 그 자체다. 전체 투자 규모만 보더라도 CJ가 K컬처밸리 사업에 거는 기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CJ그룹은 1조 4000억 원을 K컬처밸리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 전체 투자액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K컬처밸리는 문화 콘텐츠 사업의 밸류 체인이 총망라된 프로젝트다. 메인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공연장과 호텔, 상업시설까지 들어서게 된다.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자금력을 동시에 갖춘 CJ에게는 절호의 사업 기회였다.

사업성 검토를 끝낸 CJ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그 해 2월 경기도-고양시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고 동시에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물색했다. 그렇게 해서 선별한 투자자가 바로 '방사완브라더스'였다. 방사완은 글로벌 공연과 시설 투자 경험이 풍부한 투자 업체다.

k컬처
<출처 : CJ그룹>

CJ그룹은 올해까지 이미 K컬처밸리 사업에 830억 원의 자본금을 투입한 상태다. 연내 최대 2000억 원까지 자본을 확충할 계획을 세웠다. 내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70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 조달에도 나설 방침이었다. 10년 간 생산 유발 효과 13조 원, 일자리 9만개 창출 등의 직접적인 투자 효과도 기대됐다.

하지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면서 CJ그룹의 청사진은 갈갈이 찢어지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 융성 사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던 탓에 CJ그룹이 특혜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의혹의 눈초리는 곧바로 대규모 투자 사업인 K컬처밸리로 향했다. CJ그룹 사업자 선정과 외투법인 대부료 1% 지원을 두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방사완

CJ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의 골칫덩이였던 개발 사업에 대해 심사숙고 끝에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특혜라니 가당치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외국 투자 파트너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 또한 터무니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의혹 해소를 위해 오히려 경기도의회 특위가 주관하는 현장 조사가 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앞두고 해당 프로젝트가 정치 이슈로 비화됨에 따라 당장 자금 조달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CJ그룹 역시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내년 수 천억 원 대 자금 조달을 위해 외부 투자자들과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던 와중에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며 "각종 의혹 때문에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K컬처밸리 사업이 최순실 정국의 블랙홀에 빠져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내년 CJ그룹의 5조 투자 계획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순실 사태가 몰고 온 또 다른 후폭풍인 경제민주화법과 관련해서는 CJ그룹은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선제적으로 일감 지원 계열사에 대한 정리 작업을 착실히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일감 규제 대상 계열사가 3곳이었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와 씨앤아이레저산업, 조이렌트카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나서면서 현재는 규제 대상 계열사가 조이렌트카 단 한 곳 뿐이다. 조이렌트카 또한 다양한 외부 매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규제 탈피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계열사간 합병과 영업양수도 등 다양한 방식을 써서 일감 수혜 계열사들을 그룹 내부로 편입시켰다"며 "총수 일가가 사적 편취를 할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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