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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IPO로 ING생명 엑시트 전략 바꾼 이유는 저PBR·투심불안 '변수' 극복해야

한형주 기자공개 2016-12-12 08:45:28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9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단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외풍으로 매각이 여의치 않아졌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까지 ING생명 인수 적격 예비후보(숏리스트)로서 셀러와 협상을 진행해온 태평생명과 푸싱그룹 등은 중국계 전략적 투자자(SI), JD캐피탈은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이 중 JD캐피탈의 경우 ING생명 지분 100%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3조~4조 원을 받겠다"는 MBK의 요구에 부응, 예비입찰에서 약 3조 8000억 원을 써내는 등 의지를 불태웠으나 최종적으로는 대부분 후보가 인수 계획을 홀드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관건은 과연 MBK가 ING생명 상장을 통해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ING생명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최근 국내 금융·증권시장 내 제도 변화 및 시황 흐름 등에서 몇 가지 긍정적인 포인트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된 점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보험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커졌다는 게 첫 번째 요소다. '트럼플레이션'이라 일컫는 트럼프 재정 정책발(發) 인플레이션 효과가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에 국내 보험주들이 '트럼프 수혜주'로 조명받고 있다. IPO 공모가 책정시 피어그룹(비교대상 기업)의 주가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수로 지목된다.

MBK파트너스는 새로 도입될 국제보험회계기준 'IFRS17(IFRS4 2단계)'이 기존에 우려됐던 것보다는 보험사 부담을 경감해주는 방향으로 설정된 점에도 주목하는 모양새다. 보험사의 미래 이익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 대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토록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회계기준 적용 사항 일부를 수정키로 했다. 생명보험업계 입장에서 호재라기보다는 '불행 중 다행'에 가깝지만, 이 때문에 보험주 주가는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다.

끝으로 ING생명의 수익 창출력이 뛰어나고, 경쟁사 대비 재무 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은 MBK파트너스가 기업가치 제고의 당위성 측면에서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논리다. 지난 3분기 말 총자산(31조 7984억 원) 기준 업계 5위인 ING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346.2%이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048억 원으로 전년(2235억 원) 대비 눈에 띄는 개선세를 나타냈다. MBK 자체적으로 IPO가 더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고 진단할 만한 요인들이다. MBK는 3년 전 투자한 일본 커피체인 '코메다'를 6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원금 대비 3배, 내부수익률(IRR) 기준 약 50%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경험이 있다.

하지만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들어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상장된 동종업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는커녕 0.5~0.9배 수준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올 1분기 말 기준 ING생명의 순자산 규모가 4조 2600여억 원임을 감안할 때 피어그룹 평균 PBR 및 IPO 할인율(20% 안팎)을 액면 그대로 반영한다고 가정하면, MBK가 공모가 눈높이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실제 생보사가 상장한다고 할 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었던 적은 없다. 미래에셋생명이 희망공모가 밴드 하단을 훨씬 밑도는 값에 울며 겨자먹기로 상장한 것도, 일부 생명보험사의 주가가 기대를 밑돌고 있는 것도 다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시장에서 PE가 1대주주인 기업의 상장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도 MBK 입장에선 신경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공모구조와 증시 입성 타이밍을 얼마나 적절히 조율하느냐가 IPO 성사의 핵심 키다. MBK파트너스는 내년 2분기 안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증권과 함께 주관사단에 속한 모간스탠리는 직전 ING생명 매각 거래에서도 자문을 맡은 바 있어 따로 실사 기간을 길게 잡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발행사는 거래소의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제도를 통한 IPO 준비 일정 단축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높다. 경영권 매각의 차선책으로 상장을 단행하는 것이니만큼 신주모집이 병행된다 해도 공모 자체는 구주매출 위주로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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