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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CFO 이번에도 '산은 출신' 의미는 송문선 전 부행장 선임…매각 '초점', 주가 부양 특명

김장환 기자공개 2017-01-24 09:55:55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3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이번에도 내부 인사를 기용했다. 회계 부실 논란 등을 잠재우기 위해 대우건설 임원 중 한 명을 차기 CFO에 앉힐 수 있다는 예측은 이로써 완전히 빗나갔다. '매각'을 보다 염두에 두면서 비롯된 인사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임경택 대우건설 CFO(부사장) 후임으로 송문선 전 부행장을 앉히기로 했다. 24일자로 공식 부임이 결정됐으며, 이날부로 임 CFO는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오는 3월 27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던 임 CFO는 사측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해 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의 CFO 등 주요 임원 인사는 전적으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뜻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목으로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결성해 선임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이 역시 산업은행의 입김이 가장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박창민 사장을 선임한 것도 산업은행 측 의지가 강했다.

산업은행은 특히 대우건설 재무를 책임지고 있는 CFO 자리에 유독 은행 측 인사들을 지속해서 기용했다. 임 CFO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1980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부행장 자리까지 올라섰던 임 CFO는 2014년 1월 대우건설 수석부사장으로 적을 옮겼다. 전임자였던 조현익 수석부사장도 산업은행 출신이었다.

임 CFO의 조기 퇴임은 지난해 불거진 대우건설 회계 부실 사태로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대우건설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공시된 대우건설 3분기보고서에 '의견거절' 평가를 달았다. 공사수익, 미청구공사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자료를 사측이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우건설의 회계 의견거절 사태는 재무를 총괄하는 CFO에게 치명적인 책임 소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CFO는 회계법인에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고 감사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부서의 총 책임자다. 대우건설은 이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수출입은행 등 주요 채권단으로부터 해외사업장 실사를 받는 한편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하향 검토 대상에 오르는 등 뭇매를 맞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순수 대우건설 출신에게 임 CFO 후임 자리를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번에 불거진 대우건설 회계 문제는 오랜 기간 은행 인사들이 재무를 장악하면서 공격적으로 부실을 반영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건설업을 잘 아는 재무전문가를 CFO 자리에 앉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왔다. 그러나 송 전 부행장을 CFO로 선택하면서 이번에도 이변은 없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CFO 자리에 은행 측 인사들을 고집하는 이유는 재무를 차지해야만 원하는 방향의 기업 전략을 실현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우건설의 재무전략은 사실 '주가'다. 산업은행은 매년 대우건설에 경영성과 목표치를 할당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연초 단행한다. 재무건전성 보다 주가 관리가 더욱 중요한 성과 평가 항목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건설이 언젠가 팔아야 할 회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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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네이버 금융정보.

산업은행은 올 10월까지 대우건설 매각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대우건설 지분 50.76%를 들고 있는 'KDB밸류제6호사모펀드' 만기가 올 10월로 잡혀있다. 더 이상 펀드 만기 연장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에서 새로운 펀드를 구성해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자금 수요 등을 볼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든 올해 내에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마쳐야 한다.

대우건설 지분 매각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대우건설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산업은행이 2010년 10월 사들인 대우건설 주당 가격은 1만 8000원에 달하고, 현재 주가(23일 종가 기준)는 5290원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일 당시 지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더라도 주당 매각가가 1만 원은 넘어야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태에서는 매각시 수천억 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

결국 산업은행이 송 전 부행장을 대우건설 신임 CFO로 앉힌 것은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 등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송 전 부행장은 지난해 9월 산업은행을 떠나기 전까지 경영관리부문장을 맡으며 은행 경영 전반을 책임져왔다. 대우건설로 인해 산업은행이 짊어지고 있는 과제를 그만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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