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26일 11: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절세 효과를 무기로 자산가들에게 선진국 국채를 팔아 왔던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정부의 엇갈린 정책에 울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선진국 국채에 대한 증권(매출)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면서 판매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올해 기획재정부는 선진국 국채 투자와 동시에 이뤄지는 환헤지 수익에 대해 과세 방침을 정했다. 환차익 과세로 인해 선진국 국채의 상품성은 사라지게 됐고 금융위원회의 규제 완화도 무용지물이 됐다.

◇금융위, 판매규제 완화 vs 재정부, 비과세 혜택 없애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일정 등급 이상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진 외국정부가 발행한 증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조건으로 증권(매출)신고서 제출을 면제키로 했다. 해외 국채의 경우 그동안 사모 방식의 단순 중개를 해왔지만 이 조치로 적극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공모 상품으로 바뀌게 됐다.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면제를 위한 요건은 있다. 이 요건은 ①국채 발행 국가가 2개 이상의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 등급 이상 받을 것 ②증권에 관한 정보 등을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할 것 ③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투자자에게 사전에 설명할 것 등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주로 판매 했던 프랑스와 일본 국채가 이에 해당한다.

금융위의 규제 완화는 이들 판매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자산가들 위주로 구성된 고객군을 대중으로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개월 만기 일본국채를 3000억 원 가량 팔았고 신한PWM 역시 프랑스국채를 상반기에만 1000억 원 정도 판매했다. 고액자산가 사이에서는 브라질국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것이다. 물론 이후 스왑시장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이같은 규제 완화가 힘을 받지 못했다.

금융시장 여건 변화와 더불어 기획재정부가 선진국 국채에 수반되는 환차익에 대한 과세 방침을 정하면서 선진국 국채 판매사들은 당황했다. 환차익 비과세라는 매력으로 상품성을 가질 수 있었던 선진국국채 투자가 더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의 스왑시장 여건상 환차익이 발생하지도 않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향후 환차익이 생기면 과세를 하겠다고 하니 이제 선진국 국채 투자 상품은 재등장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선진국 외 외화채권, 정부 정책과 무관

선진국 국채 상품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판매사들은 정부 정책으로 인해 선진국 외 외화채권 투자의 매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정부가 '채권투자와 환차익을 하나로 본다'는 근거로 선진국 국채 투자 과세 방침을 정하면 환헤지 계약시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채권 투자에 발생하는 수익에서 환헤지 비용을 뺀 수익이 과세 기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금융권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외화채권 투자와 동시에 환헤지 손익이 확정되어야 하고 또 환헤지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로 과세 대상을 제한을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헤지 비용을 채권투자 과세 기준에서 빼주냐는 업계의 문의가 많았다"며 "개정되는 시행령의 적용 대상을 굉장히 좁혀서 확대 해석을 하지 않게끔 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외화채권을 사들일 경우 채권의 만기와 환헤지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화채권의 경우 만기가 길지만 국내 스왑 혹은 외환시장 여건상 장기 환헤지 계약은 쉽지 않다. 보험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은 외화채권 투자와 동시에 1년 이내의 환헤지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환헤지 만기 도래시 다시 롤오버를 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