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15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 2인자들이 최근 특검에 소환됐다.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정은보 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정찬우 이사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정착을 도운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금융위의 관여 여부를 캐려는 특검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들의 직속 상관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순실씨 사건과 관련해 어떤 의혹에도 노출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이들이 최소한 1인자의 '그림자' 역할에서는 꽤 세심히 일처리를 했고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검찰 권력과 금융 권력의 긴 악연의 역사에서 2인자가 요즘처럼 전면에 등장한 경우는 많지 않다. 1인자의 구속 또는 검찰 소환 사례는 자주 봐왔다. 이헌재 전 금감원장, 김종창 전 금감원장, 이용근 전 금감원장 등이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김종씨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었고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된 최상목씨도 기획재정부 제1차관임을 감안하면 '2인자의 수난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2인자들이 요즘과 같은 고초를 겪는지 다양한 견해가 있다. '2인자의 정권'이라는 말은 오래 전에 나왔다. '모피아(Mopia;재무관료 출신 인사)의 의리'라는 말도 들린다. 모든 책임을 혼자 안고 갈 정도로 단단한 소속감과 선배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라는 뜻이다. 법적 책무가 없는 입법의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적 대표자인 위원장과 달리 '1인자의 대리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만 법에 명시돼 있어 별로 할일이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민간 조직도 2인자의 역할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2인자의 역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은 위와 아래에 돌리되 악역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부위원장과 차관을 영어로 '바이스 체어맨(Vice Chairman)', '바이스 미니스터(Vice Minister)'라고 한다. '바이스(Vice)'는 '대리하는' 또는 '버금가는(副;부)'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위원장을 대신해, 위원장에 버금가는' 정도로 번역되지만 현실에선 정반대다. 위원장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골라서 잘 하되 불똥이 튀게 해서는 안되고 위원장의 부재시 대리를 하되 위원장에 버금가서는 눈밖에 나기 쉬운게 2인자의 삶이다.
그렇다면 이런 금융위원회 2인자의 삶에 우리는 어떤 평가를 해 주어야 할지 숙제가 남는다. 모피아 내부 논리대로 묵묵히 해내면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 "묵묵히 잘 버텨주었다"고 평해 주어야 할까. 정권 실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므로 "면죄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금융권력 정점의 위치에서 이제 위만 바라보는 일은 조금 지양하고 정책조정과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에 눈을 좀 돌리라고 귀띔해주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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