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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특검 vs 삼성 '배수진', 딜레마에 빠진 법원법리상 영장 기각 사유 존재… 민심 외면 질타 '부담'

정호창 기자공개 2017-02-16 08:25:12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5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사진)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각각 '배수진'을 치고 사활을 건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이 큰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 여지가 적지 않아 영장을 재차 기각할 경우 국민적 요구로 출범한 특검이 사실상 무력화돼 민심의 강력한 역풍을 맞게 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영장을 발부할 경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헌법 등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 인권 보호를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죄 가능성이 있는 글로벌 기업 총수를 무리하게 구속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됐다는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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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청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는 16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사건을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사법연수원 31기)에게 배당했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지난달 19일 한 차례 기각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한 달여 만에 재청구한 것에 대해 이달 말로 예정된 1차 수사기간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종 목표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성과를 내고 수사 기간 연장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이 부회장 구속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특검이 명운을 걸고 나선 만큼 관련 업계의 이목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에 집중되고 있다. 특검이 1차 영장 기각 이후 3주간 보강수사를 통해 혐의 내용과 증거들을 어느 정도나 추가했는지가 관심사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433억 원의 뇌물공여와 국회 청문회 위증 등 1차 영장 청구 당시 적용한 혐의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지원된 승마훈련비용과 관련해 국외재산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 등을 추가했다.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가성 근거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특혜 등 기존 의혹 외에 공정거래위원회 순환출자 해소 처분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 등을 추가했다.

특검에 맞선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 역시 '배수진'을 치는 각오로 총력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 측은 특검이 추가 제시한 의혹과 혐의 등을 모두 전면부인하고 있다. 공정위 특혜를 요구하지 않았고 필요성도 없어 관련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국내 금융시장과 한국거래소 등의 강력한 요청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것으로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는 해명이다.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로 추가된 국외재산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최씨 모녀에게 지원된 자금이 '뇌물'임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라, 기존 혐의의 연장선에 불과하고 사실도 아니라는 게 삼성그룹의 입장이다.

실제로 법조계 일각에선 특검의 영장 재청구 사유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특검이 혐의 근거를 추가했지만 청탁과 대가성을 입증할 확실한 물증은 여전히 손에 넣지 못한 듯 하다"며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사실 소명과 구속 필요성에 대한 법리적 다툼 여지가 여전히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리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 인권 보호를 우선한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다. 따라서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무죄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려울 경우 피의자의 신체 자유와 법률 대응력을 보호하기 위해 불구속 수사를 우선하도록 돼 있다. 지난달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2차 심사에선 법원이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법리적 다툼 여지를 이유로 다시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경우 '촛불집회'로 대변되는 민심의 역풍이 크게 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장 기각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시민들의 항의 전화와 반발에 시달렸다. 영장심사를 진행한 조의연 판사는 근거없는 악의적 루머에 휩싸이며 무차별 인신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번 심사를 진행할 한 판사 역시 영장 기각 후 같은 전철을 밝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 전문가의 냉철한 사법적 판단과 일반 시민들의 정서법에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딜레마는 여기서 출발한다. 법리 검토에 따라 영장을 기각할 경우 국민적 요구로 출범한 특검은 사실상 소멸 선고를 받게 된다.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무용론에 직면해 수사연장이 어렵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사법부는 특검 좌초의 멍에와 책임을 모두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오래된 오해와 비판과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반대로 영장을 발부할 경우 재계와 보수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데, 확실한 물증 없이 정황 근거만으로 글로벌 기업의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역풍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법조계 일각에서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여론을 의식해 '역차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사법부 신뢰에 흠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 시국에선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며 "이 부회장의 사회적 지위나 여론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법부의 원칙대로 오로지 법과 판사의 양심에 따라 자연인 이재용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내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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