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16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두고 잘못 알려진 게 하나 있다. 대우건설 주식을 들고 있는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올 10월까지 지분을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지친 산업은행의 의무감을 이해 못하지 않지만 반드시 팔아야 하는 건 와전된 측면이 강하다. FI들과 협의만 되면 몇 년이든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산업은행이 2015년 10월로 잡혀 있던 펀드 만기를 당시 2년 더 연장하면서 마치 더 이상 기간 연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얘기돼 왔던 주장들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만약 펀드 만기 연장 실패시 산업은행과 FI들은 대우건설 지분(50.75%)을 나눠 가져가는 구조로 계약이 맺어져 있다. 지분을 쪼개 가지면 매각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없다. 매각 시장에서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만기 도래 전에 매각하는게 좋지만 그렇다고 매각하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대우건설 매각에 보다 적극적인 쪽은 산업은행이다. 올해 내에 어떻게든 대우건설을 팔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지난 몇 년 새 대우건설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등 여타 자회사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여론의 숱한 뭇매를 맞아왔다는 점이 주 이유로 지목된다. 대규모 국민 혈세를 허비했다는 비난에서부터 이들 기업에서 추가적인 부실이 불거질 가능성 등도 우려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 분식회계 논란마저 휩싸이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만난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건설을 잘 모르지 않느냐. 대우건설을 계속 쥐고 가는 것도 이제는 아니라고 본다. 올해는 어떻게든 파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다급함마저 느껴진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산업은행에서 이 같은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외부에서 비판이 나올지라도 오히려 대우건설을 '살렸다'는 데 자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만났던 산업은행 관계자는 "내가 지금 퇴직을 한다면 그동안 가장 잘한 일로 대우건설을 가져와 살렸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를 어떻게든 막아냈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매각 이슈가 차츰 고개를 들던 당시로 기억한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제 산업은행 입장에서 '골치 아픈' 친구일뿐이다.
뭐가 됐든 조급함은 버렸으면 한다. 마음이 급하면 실수를 낳을 확률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협상 주도권을 상대에게 뺏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 투자 손실마저 또 불거지면 대우건설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논란은 평생을 따라붙는 꼬리표가 될 지도 모를 일이란 점이다. 펀드 만기 연장은 충분히 가능하고, 산업은행에게 아직 시간은 있다. 조금은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최악의 시기에 대우건설을 지금처럼 살리고 이만큼 끌어온 건 정말 잘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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