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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산은캐피탈 매각 '딜레마' 브랜드 떼면 독자생존 '어렵다' 판단…매각 철회 VS 강행 '고심'

김장환 기자공개 2017-02-27 09:45:31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4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매각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불안한 경기 전망 속에서 두 차례나 매각에 실패했고, 올해는 어떻게든 정리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산은캐피탈이 과연 '산은' 브랜드를 떼어내고 나서도 독자생존할 능력이 있겠느냐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2015년 11월과 지난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산은캐피탈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은캐피탈을 사겠다고 뛰어든 복수의 경쟁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 곳의 입찰자가 써낸 입찰가 자체도 산업은행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크게 낮았다. 그만큼 매력도가 떨어지는 매물로 시장에서 평가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은캐피탈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건 일단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 일차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순자산 규모, 장부가 등을 볼 때 적어도 7000억 원은 받아야 산은캐피탈을 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작 매각 컨설팅을 맡았던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차 "몸값을 낮추지 않는 이상 매각 성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분할로 매각가를 다운시켜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 산은캐피탈을 쪼개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여신과 PEF 투자 등 부문을 나눠 팔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 경우 어느 한 쪽만 그대로 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운 좋게 양대 부문 모두 인수자를 만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기업가치만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셈이다.

매각이 계속 지연되다 보니 시장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을 자회사로 그냥 둘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왔다. BCG 컨설팅 결과 매각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자회사로 잔류시키기로 했다는 관측이었다. PEF 부문에 중소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역할을 맡기면 산업은행과 함께 합을 맞출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들렸다.

산업은행은 그러나 산은캐피탈을 팔겠다는 생각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이동걸 회장은 매각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시사했지만 산은캐피탈을 그대로 들고가겠다는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당시 이 회장은 "산은캐피탈과 대우건설을 서둘러 매각하기보다는 매력 있는 매물로 만드는 게 더 급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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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캐피탈 역시 올해 내에 매각을 재차 시도하겠다는 내부 판단을 내려두고 있다. 분할 등 특별한 조치는 당분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를 올린 만큼 올해가 매각 적기라는 평가도 있다.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1364억 원대 영업이익과 1076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과거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14년보다도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투자금융 업계에서는 그러나 산은캐피탈의 매각 성사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점치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매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단순 수익성이 아닌 독자생존력에 대한 의문이란 평가가 많다. 산업은행 산하 캐피탈 업체로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실적을 올리는 것이지, 만약 산업은행에서 떨어져 나가면 수익성과 기업가치가 고꾸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이 대부분이다.

산은캐피탈의 주요 수익사업인 PEF 부문만 봐도 '산은'이란 브랜드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모펀드를 구성할 때 산업은행이란 이름 자체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국가 정책금융기관의 자회사로서 안정적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그만큼 원활하게 투자자를 모집하는 게 가능하다. 리스크가 큰 채권, 주식 등에 투자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이 같은 투자자들의 신뢰는 자금 모집에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민영화 방침까지 철회된 마당에 굳이 산은캐피탈을 매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위는 MB 정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이 정해지자 정책금융과 거리가 있는 출자사를 정리하라며 산은캐피탈 매각을 지시했다. 정작 업계에서는 소비자 대출, 자동차 리스 등 중심의 일반 캐피탈사와는 달리 중소기업 장기대출, PF대출, PEF 운영 등 기업 구조조정 자금에 산은캐피탈의 사업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정책금융과 완전히 동떨어진 영역만 영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산은캐피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점은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며 "산은캐피탈이 일반적인 리스 사업 보다는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자금 지원 등 정책금융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고, 또 양호한 수익성도 이어나가고 있는 만큼 현 상태에서 산업은행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좋은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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