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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퇴직연금 금리 돌연 인하…경쟁사 항의 자사상품금지 규제로 타사만 타격 주장…신한 "금리에 대한 시각차일 뿐"

최은진 기자공개 2017-03-06 09:05:07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8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업권 퇴직연금 사업자 1위인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돌연 퇴직연금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 경쟁사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퇴직연금은 자사 원리금보장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신한은행의 예금 금리 인하에 대한 타격은 타 사업자가 입는다. 일부 사업자는 공식적인 항의 차원에서 내용증명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중순 퇴직연금 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가량 낮췄다. 확정급여형(DB)은 물론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상품 모두 인하했다. 보통 한번 낮출 때 0.01~0.05%포인트 가량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하 폭이 꽤 큰 편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조치로 신한은행의 예금 금리는 1% 초중반대로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예금 공시 이율을 살펴보면 DB의 경우 3개월 예금 금리가 1.36%에서 1.17%로, 6개월 만기는 1.42%에서 1.27%로, 1년 만기는 1.56%에서 1.5%로 내려갔다. 2년, 3년, 5년 만기 예금은 각각 0.25%포인트, 0.32%포인트, 0.14%포인트 가량 인하됐다. DC와 IRP는 DB형 예금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일제히 낮췄다.

KB국민·우리은행과 비교해보면 3개월 6개월,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신한은행이, 2년, 3년, 5년 예금 금리는 KB국민·우리은행이 소폭 높다. 특히 5년 금리의 경우 신한은행이 DB가 1.95%지만 KB국민은행은 2%다. DC·IRP의 경우 신한은행이 1.97%, 우리은행이 1.98%다.

퇴직연금 업계는 신한은행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로 타 사업자들이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인 예금이나 파생결합사채(ELB)는 자사상품 금지 규제에 따라 타 사업자 상품만 판매할 수 있다.

한 사업자에게 받을 수 있는 최대치는 판매액의 30%로 제한을 뒀다. 따라서 신한은행이 예금 금리를 내리면 타 사업자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신한은행은 자사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타격입는 것은 없다.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하필 퇴직연금 영업이 가장 활발한 12월 연말에 돌연 금리를 내린 것이 석연찮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퇴직금 충당금을 계산한 후 해가 넘어가기 전 퇴직연금 자금을 집행한다. 연말 예금 금리가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예금을 판매하는 타 사업들의 상황이 난처해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더욱이 퇴직연금 예금은 만기가 되면 자동적으로 롤오버(Roll-Over)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만기는 연말에 몰려 있다.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신한은행의 금리 인하가 갑작스러웠던 만큼 후속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웠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신한은행과 함께 최대 공급처이자 수요처인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의 타격이 컸다. 이들 세 은행은 은행업권 퇴직연금 사업자 1, 2, 3위로, 예금 발행도 수요도 많다. 따라서 서로의 퇴직연금 예금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금리 수준 역시 비슷하게 유지됐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일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금리 수준은 다소 차이를 보이게 됐다.

신한은행의 금리 인하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사업자들은 신한은행에 항의를 하고 나섰다. 일부 사업자는 신한은행에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퇴직연금부서 관계자는 "은행 예금의 경우 한번에 0.1%포인트씩 내리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신한은행이 연말 갑자기 금리를 내리면서 이를 갖다 쓰는 타 사업자들이 난처한 경우가 생겨 신한은행이 상도의를 해치는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크게 회자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데 따라 국내 시장 금리가 급등했는데, 이를 이상 기류로 판단하고 금리를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타 사업자는 급등한 금리를 기준으로 예금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졌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시장 금리에 대한 시각차가 만든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시 시장금리가 트럼프 이슈로 인해 급등했는데, 타 사업자는 급등한 금리를 기준으로 퇴직연금 금리를 정한 반면 신한은행은 금리가 곧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낮춰 잡은 것 뿐"이라며 "연말 영업이 한창일 때 일어난 일이라 회자가 됐지만, 금리에 대한 타 사업자와의 시각차가 만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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