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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리스크관리도 '4차산업혁명' 시대 [2017 RM전략]대우조선 재무여파 성공적 방어, 김재익 부행장 "격변기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7-03-10 10:20:47

이 기사는 2017년 03월 09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에게 2016년은 IMF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한 해 발생한 손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책금융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위기에 빠진 조선·해운업 등 기업을 살린 것은 정작 은행에는 대규모 손실이란 상처로 이어졌다. 혹독한 계절이었다. 그리고 찬바람은 올해 들어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익 부행장님_사진 원본
산업은행은 그러나 혹한 속에서도 성공적인 결실을 몇 가지 보여줬다. 어떤 국책은행 보다도 재무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3조 원대 손실이 불거진 후에도 15~16%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두고 비슷한 길을 걸었던 수출입은행(11.15%)과 비교해도 양호하고, 시중은행 평균치와 겨뤄봐도 손색이 없다.

거액 손실에도 불구하고 BIS 비율을 이처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은행 리스크 관리부문의 노력이 있었다. 산업은행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재익 부행장(사진)은 이에 대해 "산업은행의 BIS 비율은 다른 특수은행보다 높고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 STX 사태를 겪으면서 (재무) 리스크를 좀 더 (강도 높게) 본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리스크 관리 담당자로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뭘까. 그는 정책금융기관이란 제약으로 사회·경제·정치 전반을 아우르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시장 논리'로만 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이로 인해 거액의 손실을 보는 상황은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상업적 판단만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재무 '관리'에서 완전히 손을 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산업은행은 과거 리스크 관리를 핵심적인 부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앞서 김 부행장의 언급처럼 이익과 재무안정성을 주 목표로 움직이는 은행이 아니란 점이 주 원인이었다. 2001년부터 리스크 관리부를 만들고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들이 존재했지만, 이에 대한 필요성이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다. 산업은행은 이후 여타 정책금융기관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는 평을 얻고 있다.

산업은행의 리스크 관리부문은 올해 특별한 '전환기'를 맞을 준비에 돌입했다. 국내 은행 최초로 'Credit Portfolio Management(CPM)'를 리스크 관리 부문에 도입키로 하고 이에 맞춰 각종 절차를 진행 중이다. CPM은 JP모건 등 선진은행에서도 사용 중인 크레딧 관리체계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은 CPM을 단순 리스크 측정뿐 아니라 포트폴리오관리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부행장은 "CPM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올해 신용리스크 관리 '팀'을 '단'으로 격상했다"며 "기업 여신 크레딧을 개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보자는 차원에서 도입키로 한 관리체계"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업·기업·상품별로 묶어 편중된 영역의 익스포저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행 리스크 관리부문이 올해 유념해 보고 있는 부분은 '4차산업혁명'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산업 전반에 대격변이 일어났던 과거 사례처럼 4차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어느 순간 몰아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은행은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볼 때도 이는 반드시 대비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강하다. '중후장대'가 아니라 앞으로는 ICT 융합 서비스 산업이 보다 주목받고 성장하는 상황을 낳을 수도 있다.

김 부행장은 "4차산업혁명은 ICT의 융합·발전이며 산업 전반의 업종 전환이 빠르고 파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요소"라며 "은행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이런 방향성을 잘 읽고 크레딧 평가 등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는 가정만 해봐도 자동차 부품 업체의 중심추가 (기존 업체를 떠나 전기차에 납품하는 부품사 등으로)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통 자동차 사업체에 익스포저가 얼마인지, 이에 대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리스크 관리부문은 올해 역시 큰 짐을 안고 있다. 가깝게는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이 결정됐을 경우 재무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 지 결정해야 한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KDB캐피탈 등 출자사 매각 절차 진행 여부도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이다. 지난해 불거진 재무 압박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낸 산업은행 리스크 관리부문의 역할은 올해 역시 그만큼 비중 있게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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