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했던' 대우건설 감사보고서 '친절해졌다' 주석 꼼꼼해지고 분량 두배…안진, 감사내용 상세 서술 '이례적'
이상균 기자공개 2017-03-23 06:31:00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0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까칠했던 대우건설의 감사보고서가 4개월 만에 180도로 변했다. 같은 회사의 감사보고서가 맞나 싶을 정도다. 주석 내용이 몰라보게 자세하고 풍부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대우건설의 경영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수월해졌다.감사보고서 곳곳에서 상장폐지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대우건설의 절박함과 수주산업의 회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딜로이트안진의 의지가 엿보였다.
◇지분 보유 103개 기업 취득원가 모두 기재
더벨이 딜로이트안진이 작성한 대우건설 2016년 감사보고서와 2016년 3분기 감사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43곳에서 차이점이 나타났다. 대부분 2016년 3분기에 없었던 내용이 주석 등을 통해 추가됐다. 2016년 감사보고서의 분량은 59페이지로 3분기(29페이지)의 두 배가 넘는다.
대우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는 서두에 해당하는 ‘일반사항'과 ‘중요한 회계정책', ‘중요한 회계추정 및 가정'에만 20페이지를 할애했다. 3분기 보고서는 3페이지에 불과했다. 딜로이트안진은 금융상품과 금융부채의 분류 및 측정, 금융자산, 재고자산, 유형자산, 무형자산의 기준 등에 대해 세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중에서도 ‘중요한 회계추정 및 가정'에서는 사우디 자잔(Jazan) 프로젝트 사례를 들어 클레임 청구로 계약수익의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43곳 중에서도 주석의 내용이 상세한 곳으로는 ‘매도가능금융자산'이 있다. 3분기 감사보고서에는 매도가능자산의 구성내역과 변동내역 뿐이었지만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지분증권의 내역'과 ‘채무증권의 내역'이 추가됐다. 이중 지분증권은 대우건설이 지분을 보유한 103개 기업의 주식 수와 지분율, 취득원가, 장부가액을 기재하고 이를 다시 매각예정자산과 매각 또는 청산 자산, 매도가능증권 등으로 분류했다. 채무증권도 국공채와 회사채로 분류한 뒤 만기, 액면가액, 장부가액 등을 기재했다. 이들 내용만 3페이지에 달했다.
대우건설의 관계기업투자 주석도 상당한 수준의 보강이 이뤄졌다. 37곳의 관계기업투자 지분율과 취득원가, 순자산가액, 장부가액 등이 포함된 표와 함께 7개의 주석이 추가됐다. 여기에 관계기업투자주식의 기초평가액과 지분법손익, 배당, 손상차손, 기말평가액이 들어간 ‘종목별 지분법 평가내역', ‘지분법 피투자회사의 요약 재무정보'와 ‘각 회계기간의 요약포괄손익 내용', 관계기업의 재무정보금액을 지분의 장부금액으로 조정한 내역 등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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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 외부감사 실시내용도 포함시켜
금융상품부채도 마찬가지다. 3분기 감사보고서에서는 ‘금융상품부채 내역'이라는 한 개 항목을 통해 짤막하게 설명했지만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차입금 등의 내역'을 통해 단기차입금, 장기차입금, 사채 등으로 세분화시켰다. 차입처와 연 이자율, 차입규모 등의 파악이 모두 가능하다.
3분기 감사보고서에서 고작 2개 항목으로 불친절하게 설명했던 순확정 급여부채도 확 바뀌었다. 확정급여채무의 현재가치 변동과 사외적립자산 공정가치 변동, 주요 보험수리적 가정에 대한 민감도 분석 결과, 사외적립자산의 구성내역 등이 추가됐다. 보험수리적평가를 위해 할인율과 사망률을 적용한 수치도 공개했다. 2017년 회계연도를 마감할 경우 예상기여금과 확정급여채무의 가중평균 만기 등도 주석에 포함시켰다.
법인세비용의 경우 단 두 줄에 불과했던 주석 내용이 7개 항목에 걸쳐 1페이지 반으로 늘어났다. 법인세비용의 구성내역과 법인세비용과 회계이익간의 관계, 지분에 직접 반영된 법인세 효과, 상계전 이연법인세자산과 부채의 내역, 이연법인세자산(부채)의 변동내역 등이 추가됐다.
딜로이트안진은 마지막까지도 꼼꼼했다. 대우건설 3분기 감사보고서가 36번째 항목인 ‘재무위험관리'로 마무리를 한 반면, 2016년 감사보고서는 ‘보고기간 후 사건'(대우건설과 한국가스공사 등이 알제리 비료공장 관련 발주처에 제기한 소송, 역삼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사업 관련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1200억 원에 대한 채무보증 결정)과 전기 재무제표 재작성(2015년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재작성) 등을 추가했다.
눈여겨 볼 점은 딜로이트안진이 감사를 모두 마친 뒤 자신들의 외부감사 실시내용을 기술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딜로이트안진이 대우건설을 감사한 시기와 내용, 투입 인력 등이 상세히 적시됐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자신들의 감사실시 내용을 감사보고서에 이렇게 자세히 서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딜로이트안진이 그만큼 이번 감사보고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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