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우선매수권 '확약서' 받으면 행사할까 효력 발생 문제 주장…거래 지연, 더블스타 이탈 '노림수'
김장환 기자공개 2017-04-03 08:10:33
이 기사는 2017년 03월 31일 18: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소송을 벌이겠다는 박삼구 회장이 정작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자체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매각을 지연시켜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박 회장 측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최근 전달 받은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 시점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31일 내놨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서를 박 회장에게 전달한 이달 20일을 기준으로 4월 19일까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박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불확정 매매조건'을 앞서 받았던 것이기 때문에 우선매수권 행사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 행사 효력이 발생하려면 다양한 조건이 '확정'된 매매계약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상표권 협상과 기존 대출 상환 유예 협의가 마무리된 조건이 포함된 계약서다. 여기에 더블스타와 맺은 SPA 확약서까지 전달받아야 우선매수권 행사 효력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우선매수권 협약 내용에 포함된 '매매계약 통보 후 30일까지'란 조항을 근거로 한다.
업계에서는 SPA 확약서까지 줘야 한다는 박 회장의 주장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맺은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인수 확약서를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에게 보여달라는 주장이다. 컨소시엄 불허를 이유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박 회장의 행보를 봤을 때는 이를 넘겨줬다가 향후 어떤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다.
대출상환 유예 협의를 채권단이 미뤄둔 것도 당장 얘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비롯된 일이다. 더블스타는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인수시 1조 6000억 원대 장·단기 차입금을 5년간 분할 상환 및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일단 SPA를 맺고 향후 협상에서 이를 결정하기로 했다. 우선매수권을 들고 있는 박 회장에게 회사가 넘어갈 지, 아니면 더블스타에게 갈 지 거래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울러 박 회장이 이미 밝힌 것처럼 소송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면 굳이 우선매수권 행사 만료 시점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은 많지 않다. 향후 법정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있어 인수를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변호인단을 통해 재판부에 관철시키면 된다. 산업은행이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괜한 잡음을 일으키는 것보다 서둘러 지분 매각 가처분 신청 등에 돌입하고 이후 본안소송을 벌이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박 회장이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매각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거래가 장기화될 경우 압박을 느낀 더블스타가 스스로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떠날 수 있는 길을 더블스타에게 일단 만들어줘야 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맺어둔 SPA 계약에는 계약금을 돌려 받고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소송이 제기됐을 때와 거래가 일정 기간 이상 경과됐을 경우다. 거래 기한 산정은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을 기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을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켜 더블스타의 이탈 가능성을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더블스타는 특히 정치적 환경 변수를 볼 때도 단기간에 이번 거래를 종료해야 할 필요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타이어 생산 업체인 더블스타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이유로 최근 한한령(限韓令)에 보다 힘을 싣고 있는 추세다. 이를 보면 국내로 대규모 인수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국내 정치권마저 합세해 금호타이어의 중국 기업으로 매각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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