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02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에 KAI 지분을 넘겨주는 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이 (자본적정성 등 내부 사정이) 보기보다 더 최악이란 점, 정부가 산은 역시 조만간 지원책을 고민해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점이다."산업은행이 1조 원 넘는 한국항공우주(KAI) 알짜 지분을 수출입은행에 넘겨주기로 한 것으로 두고 정부 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이사회를 거쳐 해당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이미 정부와 협의가 완료된 만큼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산업은행도 어려움을 겪는 시점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번에도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에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정부로부터 10년 동안 7조 5000억 원 넘는 자본확충을 받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이 9%대로 떨어지자 산업은행에 손을 벌렸다. 당시에도 5000억 원대 KAI 지분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 반년도 안돼 자본확충 효과는 증발했다. 대우조선에 무리하게 선수금환급보증(RG)를 남발한 탓이다. 산업은행도 힘든 시기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대규모 자금을 수혈해줬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시장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의 태도에서 원인을 찾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논의할 당시 수출입은행이 향후 자본확충을 산업은행과 함께 받기를 원했다. 기재부가 자신이 관리하는 수출입은행이 자본확충을 혼자 또 받으면 책임 논란이 자기쪽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기재부가 주 관리·감독 기능을 맡는다. 산업은행은 금융위 소관이다. 결국 KAI 지분을 넘겨주기로 한 것은 기재부와 기싸움에서 금융위가 밀려 빚어진 일이란 해석이다.
뭐가 됐든 산업은행이 KAI 지분을 수출입은행에 넘기기로 한 점은 우려가 크다. 이번 출자가 완료되면 KAI 최대주주 지위(24%)는 고스란히 수출입은행으로 넘어간다. 산업은행에 남는 지분은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KAI 지분 매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은 이를 통해 수조 원대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효과도 놓쳤다.
산업은행은 정작 이를 주고 정부로부터 과연 뭘 받을 지 알 수 없다. 이전처럼 팔지도 못하고, 돈도 안되는 항만공사 지분 같은 자산을 쥐어줄 수도 있다. 산업은행 역시 현 상태만으로도 올해 말을 기점으로 자본건전성에 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최근 산업은행 종합검사에서 BIS비율(13%대)을 올해 말까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지킬 것인지 의구심을 표했다고 한다. 산업은행은 '산금채(산업금융채권)' 등을 그 해법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빚으로 빚을 막는 방법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KAI 지분 출자도 이 같은 해법을 근거로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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