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04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일년여 넘도록 가장 집중한 점은 옛 주인의 방만 경영 흔적을 지우는 작업이었다. MBK의 특명을 받고 투입된 인력들은 각종 비용을 통제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외형확대를 위해 원가보다 낮게 온라인 판매사업자에 물건을 넘기는 일이나, 현수막 독점업체들에게 발주를 몰아주는 등의 악습을 끊어냈다.아직 실적은 공시하지 않았지만 관련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지난 회계년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별도 기준 31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이제부터 홈플러스에 필요한 것은 '장부'를 고치는 게 아니라 '현장'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더 이상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 개선은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경영 현황 점검을 위해 가장 먼저 마트 현장에 방문해보길 권했다. 업계 용어로 '테넌트'를 확인해보는 일이다. 확실히 대형 3사의 할인마트를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는 각기 다르다. 선두주자인 이마트는 업계 최초 수식어를 많이 달고 있다. 직접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현장형 경영자가 손님을 끌어들이는 브랜드들을 입점시킨다.
할인마트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입주사를 섭외하고 매장구조를 짜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재무상태표만 말끔하게 유지되면 문제가 없는 회사인 경우 업무 상식과 대치되는 유혹을 받는다. 브랜드 내용은 소비자 취향과 다르지만 월세를 많이 내는 입주사에 유리한 위치를 내주고, 웃돈을 얹어주는 후발업체 위주로 하청을 주는 식이다.
홈플러스가 그동안 가격 외적인 요인으로 이마트처럼 '소비자가 찾아오고 싶은' 매장을 만드는 데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MBK가 이랜드의 외식사업부와 리빙브랜드 모던하우스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해당 사업부는 실적도 좋지만 MBK는 특히 모던하우스의 '낙수효과'에 주목했다. 모던하우스는 주로 이랜드리테일 매장 내 여타 테넌트 브랜드들보다 스케일이 크고 가장 윗층에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다. 모던하우스를 방문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점포를 방문하고 꼭 모던하우스에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아래층 매장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구입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랜드와의 협상은 완주 여부를 떠나 MBK가 테넌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단순히 향후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올리는 방법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게 아니라, 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진짜 답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MBK가 앞으로 홈플러스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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