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15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 중 금융 분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진입 규제의 완화다.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개선해 경쟁을 촉진하고 대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따라잡으려면 금융 산업에서도 비대면 채널과 상품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2000년대 초 인터넷뱅킹 개념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사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송금, 결제, P2P금융플랫폼서비스, 금융데이터분석서비스 등 모든 핀테크 분야로 확산돼야만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관점에 부합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인터넷이라는 비대면 채널을 개방한 것이라면, 로보어드바이저('전자적 투자조언장치')는 비대면 채널에 알고리즘을 통한 자산운용을 더한 개념이다. 사람(운용전문가)의 감정을 배제하다 보니 냉정하고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금융분석 프로그램인 켄쇼(Kensho)같은 투자자문·일임 서비스를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얼마 전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서 알고리즘을 통한 투자자문·일임 서비스를 허용했다. 그런데 알고리즘 운용서비스 가입 방법은 대면계약으로 제한했다. 당국은 고리타분하게 '투자자 보호'를 되뇌면서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수단인 펀드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가입이 가능하다.
알고리즘을 통한 투자자문·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투자자 별로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가입 단계에서는 투자자의 성향에 맞게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오히려 펀드에 비해 투자자 보호장치가 더 철저하다고 할 수도 있다. 투자자문·투자일임업자는 집합투자업자와 마찬가지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와 함께 고객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충실의무를 다해야 한다.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강행 규정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금융소비자의 편익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펀드는 비대면 가입을 허용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가입을 불허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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