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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시원소주?…부산시 "에어부산 IPO 반대" 지배력 약화 향토기업 이탈, '지역발전' 순기능 사라져

박상희 기자공개 2017-05-24 08:20:31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3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시청이 에어부산의 상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상장 후 지분율 희석으로 부산시와 지역 업체 지배력이 감소해 토착 기업으로서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에어부산 2대주주인 부산시청 관계자는 "상장에 관해 주주간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부산 시민들은 에어부산을 부산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분율에 영향을 주는 상장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2일 열린 에어부산 신사옥 준공식에서 상장 재추진 가능성을 밝힌데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전부터 검토를 해온 만큼 그 연장에서 나온 얘기일 것"이라고 했다. 에어부산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상장을 추진했다가 부산시와 일부 주주 반발로 무산됐다.

에어부산은 2007년 8월 부산 지역 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향토 기업이다. 이듬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기존 주주들은 에어부산을 여전히 부산 토착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주요 주주로는 부산광역시(5.02%)를 비롯해 넥센(4.0%), 동일홀딩스(4.0%), 세운철강(4.0%), 부산은행(2.99%), 부산일보(1.0%) 등이 있다. 그밖에 부산롯데호텔, 비스코, 삼한건설, 서원유통, 아이에스동서, 윈스틸, 태웅 등 부산지역 향토기업이 지분을 출자했다.

소액주주인 부산의 각 기업 지분율은 대부분 5% 미만이다. 부산시와 이들 기업의 지분을 합친 비율은 50%가 넘는다. 대주주인 금호아시아나에 맞서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가 지분율을 계속 늘려 절반을 넘어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호아시아나 쪽으로 경영 지배력이 급속히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에서 부산으로의 직항 노선 개설, 부산 소재 기업과 주민 간 비즈니스 제휴, 사회공헌 활동 등 부산 경제 발전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의 행보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시민들이 에어부산을 부산 향토기업으로 생각하면서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라면서 "특정 주주(아시아나항공)를 위해 추진하는 상장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상장을 통해 경영 지배권이 최대주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넘어가면 제2의 시원소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신준호 당시 롯데우유(現 푸르밀) 회장이 부산의 대표 소주였던 'C1(시원)'소주를 생산하는 대선주조를 인수한 뒤 3년 만에 사모펀드에 매각한 일을 잊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은 2004년 대선주조를 600억 원에 인수한 뒤 3년 뒤 사모펀드에 3600억 원에 매각하면서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부산시민 및 지역시민단체들은 매각에 반발하며 제품 불매 운동 등을 펼쳤고, 시원소주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급락하며 대선주조는 다시 재매각 수순을 밟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선주조를 부산소주 회사라고 생각했던 지역 주민들이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이익을 챙기는 대기업 모습에 반발했었다"면서 "에어부산이 상장을 하게 되면 더는 부산지역 토착기업으로 남을 수 없을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최근 부산지역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 향토기업으로서 에어부산이 해줘야 하는 역할이 많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상장 절차를 밟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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