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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거미줄경영 해체' 지분상속 신호탄? 조양호 회장 주력사 등기임원 유지…한진칼 주식 증여 관심

길진홍 기자공개 2017-06-19 08:03:52

이 기사는 2017년 06월 16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총수일가 거미줄 경영과 선을 그었으나 조 회장은 여전히 주력 계열사 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조 사장의 잇단 등기이사 사임으로 소유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친의 계열사 장악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지분 상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진그룹 3세인 조 사장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정석기업, 한진, 제동레저 등 등기임원도 사임키로 했다. 올 4월에는 유니컨버스투자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다만 지주사인 한진칼 등기임원은 유지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핵심 영역에 집중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투명성 제고를 강조하는 사회 요구에 발맞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번 조치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부거래 이슈를 해소하고 새 정부 출범 경제민주화 기조와 보폭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이사와 등기임원 사임이 일감지원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나 일선에서 물러나 오해 소지를 차단했다.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진그룹 오너경영 체제는 당분간 지속된다. 조 사장과 달리 부친인 조 회장은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을 지키고 있다. 그룹 주력인 대한항공과 한진칼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다. 그룹 지배구조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석기업과 ㈜한진 대표이사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한진정보통신, 한국공항 등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아들인 조 사장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상대적으로 조 회장의 계열사 관장 기능이 강화된 셈이다.

이 같은 경영 구도는 후계 작업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의 탄탄한 계열사 장악력을 기반으로 가업상속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7.7%를 소유한 대주주이다. 지배 핵심인 정석기업 지분도 27.2%를 갖고 있다. 자녀인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는 한진칼 지분이 각각 2.5%에 불과하다. 지배 정점인 한진칼의 지분을 넘겨야 가업 승계가 마무리된다.

조 회장이 계열사 경영일선을 지키면서 이를 기반으로 후계 구도 차원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지분 정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세금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가치는 6월 15일 현재 약 2700억 원이다. 자녀들이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상속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아직까지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감지원 규제로 자금 줄인 유니컨번스와 사이버스카이 에 대한 소유권도 끊겼다.

세금부담을 우회해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간 분할합병 수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력 계열사 이사회 끈을 놓고 있지 않은 조 회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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