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U편의점으로 유명한 'BGF리테일'이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하나 둘 뜯어볼수록 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힘들다. 지주사 전환의 가장 큰 이유인 지배구조도 탄탄하다. 오너인 홍석조 회장 지분율이 31.8%에 달한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하면 과반이 훌쩍 넘는다.그렇다고 사업이 혼재돼있는 것도 아니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사업만 영위하고 있다. 광고와 전시, 골프장, 화물 운송, 보험 판매 등 이종 사업은 별도 자회사들이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에 박힌 이유를 들며 체제 전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 극대화, 독립 경영과 객관적 성과 평가 등의 미사여구가 대표적이다. 눈에 띄는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BGF리테일은 아니다.
BGF리테일이 진정 말해야하는 것은 '비전'이다. '왜 지주사 체제인가' '왜 멀쩡한 회사를 둘로 쪼개는가' '무엇을 위한 결정인가' 'BGF리테일의 미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이 가고자하는 길을 주주들과 시장에 제시하면 된다. 그 다음 판단은 주주와 시장의 몫이다.
소통없는 결단은 BGF리테일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당장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분할비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주회사에 자본이 편중됐다는 지적이다. 이 재원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로드맵이 없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
시장의 실망감은 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 달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BGF리테일 주가는 지주사 전환이 발표되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발표 당일 13만 8000원이었던 주가는 일주일여 만에 16% 가량 빠지면서 11만 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
편의점만큼 고객과 밀착된 유통채널도 없다. 고객의 니즈가 곧바로 상품에 반영된다. 반대로 호응을 얻지 못한 제품은 빠르게 사라진다. 이런 강점 때문에 대형 유통 채널들이 불경기에 시름하는 와중에도 홀로 성장할 수 있었다.
BGF리테일은 명운을 건 도전 앞에 서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가장 기본이 됐던 경영 철칙을 잊는 건 아닐가. 시장과의 소통 안에 답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외부 유출이 우려돼 유관 부서에도 발표 직전까지 지주사 전환을 비밀에 부쳤다는 후문은 절로 쓴웃음을 짓게 한다. 기본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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