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녹두거리와 샤로수길의 엇갈린 명암 [WM라운지]

유민준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공개 2017-06-26 08:10:42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3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9년 로스쿨제도 도입, 사법고시 축소 및 폐지 예정, 외무고시 폐지 등으로 가장 타격 받은 상권은 아마도 녹두거리 상권일 것이다. 신림동 고시촌의 고시생 유입이 현저히 줄면서 인근에 형성됐던 녹두거리에 유동인구도 줄었다.

주 소비계층인 20대와 대학생들의 소비 성향이 바뀐 것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녹두거리는 지하철역에서는 멀지만 저렴하고 양이 많은 식당에 밤새 술을 마시는 분위기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서울대학교에 지방학생비율이 높아 녹두거리에서 밤새 한 잔하고 친구네 집에서 자는 경우가 많았지만 서울대의 지방학생비율이 줄어들면서 교통이 편한 낙성대입구나 서울대입구역으로 모임이 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2004년 서울 출신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29.3%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40.4%로 10%포인트 이상 커졌다. 게다가 개성이 강한 20대들은 양 많고 밤새 술마시는 분위기 보다는 SNS를 통해 소문난 맛집을 찾거나 인테리어 소품 등이 독특한 카페 방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아이폰의 상륙과 갤럭시S의 출시로 스마트폰의 시대가 시작된 것도 로스쿨 제도 도입과 더불어 녹두거리의 침체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고시촌과 녹두거리의 몰락으로 서울대학생과 인근지역의 젊은층들은 교통이 편한 서울대입구역에서 소비를 시작하게 됐다. 최근에는 SNS에서 맛집과 아기자기한 카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대입구역의 샤로수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샤로수길은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4길'을 일컫는 별칭으로 서울대학교의 조형물이 '샤'자와 비슷한 것에 착안해 서울 강남 유명상권인 가로수길과 합쳐서 부르면서 골목 이름이 됐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의 2번출구를 나와 2~3분 걷다 보면 유명 브랜드 커피숍을 만나고 이 건물과 드러그스토어(Drug Store)건물 사이 골목을 들어서면서부터 약 550m에 이르는 샤로수길이 시작된다.

이곳에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와 녹두거리 상권 쇠퇴로 인해 서울대입구역이 흡수한 유동인구의 증가로 볼 수 있다.

과거 서울대입구역은 단순히 지하철만을 이용하는 유동인구 특성상 역에서 접근성이 좋은 대로변 상권만 활발했다. 뒷골목인 샤로수길은 허름한 단독·다가구주택이 주로 분포해 있었고 주민들이 자주 찾는 세탁소, 슈퍼마켓, 반찬가게, 분식집 등이 듬성듬성 있는 동네 시장 골목이었다.

녹두거리 상권이 침체되고 2010년 샤로수길에 수제햄버거집과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맥주집 등이 오픈하면서 젊은층과 대학생 유동인구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샤로수길 업종의 특징은 이색적인 인테리어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음식점들의 가성비가 좋다는 점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홍대나 가로수길의 맛집 수준의 양질의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과 이 지역 젊은층들을의 인기를 끌고 있다.

상권내 점포들의 숫자는 40여 개 남짓으로 아직 성장하고 있는 상권이지만 상권이 유명세를 타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임대료 수준은 매년 20% 이상 상승을 보이고 있다. 상가주택의 매매가도 2010년 대지기준 3.3㎡당 1500만~2000만 원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3.3㎡당 4000만 원에 육박하는 등 2배 가까이 올랐다.

샤로수길 상권에 최근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면서 상업시설들이 기존 상인들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샤로수길 상권은 개성이나 문화로만 뜬 몇몇 상권과는 달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이라는 탄탄한 수요층을 가지고 있고 서울대입구역이라는 2호선 지하철 역세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성을 지켜볼 만하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

코넬대학교 석사(빌딩경영학)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국토해양부 자산운용전문인력
부동산투자자문 전문인력
現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