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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전무, 제일약품 처가살이 한 푼다 [제약사 키맨분석]세계 첫 뇌졸중약 도전…화이자 도매상 오명 탈출

이석준 기자공개 2017-07-19 10:36:10

[편집자주]

제약 바이오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 미래 신수종 산업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고 복잡한 모습을 띤다. 제약업은 해외(R&D, 수출), 내수(ETC, OTC) 바이오의약품 등 다양한 사업부에 기술개발부터 시판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는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제약산업을 이끄는 키맨(keyman)들을 조명해 한국 제약 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8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업계 5위의 제약사다. 하지만 한국화이자제약 처방약을 제외하면 덩치는 15위로 떨어진다. '제일약품은 화이자를 빼면 시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남의 제품 처가살이'는 어느새 제일약품을 대표하는 문구가 됐다.

김정민 전무(중앙연구소장, 사진)는 제일약품의 제품 갈증을 풀어줄 키맨으로 꼽힌다. 2012년 녹십자에서 제일약품으로 합류한 김 전무는 세계 유수의 제약사도 성공하지 못한 뇌졸중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김정민
김 전무는 바이오의약, 천연물, 합성신약 등 글로벌 신약개발 전 분야에 능통하며 후보물질탐색(Discovery)부터 국제 임상까지 폭 넓은 실무 경험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화학석사를 취득한 후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생화학 박사를 받았다. LG생명과학 연구소에서 기술(책임)연구원과 녹십자 종합연구소 임원 경험이 있다.

제일약품의 처가살이 벗어나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신약 개발, 기술 수출 등 자체가 결과를 도출하기 전에는 불확실성이 많지만 김 전무는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타사와의 비교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김 전무가 주도하고 있는 뇌졸중 치료제(JPI-289) 개발 속도는 경쟁자 미쯔비시다나베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미쯔비시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환자 모집 등에서 속도를 붙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김 전무는 "제일약품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미쯔비시는) 최근에 1상을 끝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PI-289는 경쟁사 대비 개발 경과가 앞서나가면서 혁신신약(First in Class) 가능성도 높아졌다. JPI-289는 뇌 허혈로 인한 DNA 손상 및 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Poly(ADP-Ribose) Polymerase (PARP) 효소를 저해하는 신규 뇌졸중 치료제다.

JPI-289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2상에 돌입하자 그간 JPI-289에 관심이 없었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 20~30위 권에 위치한 바이오회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기술수출에 성공하면 제일약품 숙원이던 매출액 대비 상품 비중이 단숨에 크게 낮아진다.

김 전무는 평소 과묵하고 조용한 스타일 속에서도 추진력 있게 신약 과제를 이끌고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도 일일이 참여해 주주와의 소통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제일약품의 신약 비전 설명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제일약품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제일약품은 뇌졸중치료제에 주력하는 동시 다수의 신약후보물질 씨앗도 뿌려놓고 있다. 전임상 후보물질 단계인 신규 기전의 이중 억제제(Dual inhibitor) 항암제도 그 중 하나다. 미중촉 의료 수요(unmed medical need)가 높은 대장암, 위암, 폐암 및 여러 난치성암 치료제로 개발해 단독 및 병용요법 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씨앗들의 임상 전진은 3%대에 불과한 R&D 비용 활성화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은 R&D 이미지보다는 화이자, 다케다 등의 제품을 파는 상품 회사 이미지가 강하다"며 "다만 김 전무를 주도로 한 뇌졸중치료제 등이 기술 수출 단계까지 오면서 신약 갈증을 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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