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11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례적이었다. 제일약품이 개발 중인 뇌졸중 신약에 대한 이야기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낸 증권신고서에 제일약품은 뇌졸중 신약 개발의 경쟁강도를 '하'로 기재했다. 경쟁사 미쯔비시 다나베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어 경쟁강도가 약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경쟁사 대비 우월하다는 표현은 제약업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이다. 임상을 일대일로 직접 비교가 아닌 이상에는 기전도 다르고, 임상 디자인도 달라 우월하다는 표현은 적확하지 않다. 그렇기에 신약개발 관련해서는 자사 진행단계만 밝히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관행을 깨고 제일약품이 개발 신약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속내는 뭘까. 제일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매출 규모로만 따지면 5~7위를 차지하는 대형사다. 하지만 이익 규모로 기준을 바꾸면 순위는 2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친다. 영업이익률은 1%로 업계 평균인 8%에 한참 못 미친다.
타 제약사의 약을 들여와 파는 도입품목 비중이 높다보니 마진이 크지 않은 탓이다. 이런 연유로 제일약품을 유통도매상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적잖다. 뇌졸중 신약은 이러한 제일약품에 대한 평가를 한번에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이미 8부 능선을 넘은 지배구조 재편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오는 4월 임시주주총회라는 관문이 남았지만 지주사 전환은 확정적이다. 결국 제일약품의 셈법은 분할 이후에 쏠려있다.
향후 전개될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간 주식 스왑 등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는 사업회사 기업가치다. 이때 뇌졸중 신약은 전략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 제일약품은 뇌졸중 신약 개발 임상 2상이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모험에는 대가도 따르는 법.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임상개발 특성상 결과도 엎치락 뒤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앞서간다고 자신한 만큼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제일약품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제일약품은 지난해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단일 지배구조 체제를 깨고 사업부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까지 파격적인 소식을 내놨다. 신약 개발의 불모지로 꼽히는 뇌졸중 분야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는 것도 제약업계의 관심사다. 대내외에 자신감을 어필한 제일약품이 뇌졸중 신약개발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보겠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thebell interview]이선규 마티니 대표 “기업과 시너지 내는 마케팅의 진수”
- [제주반도체 재도약의 시간]소액주주 비중 절대적 '불안정한 지배구조'
- [thebell interview]"제네시스랩, 신뢰성 바탕으로 대면면접 시장 공략"
- [동아-일동 'R&D 협업' 승부수]일동제약, 신약으로 낸 첫 성과 "아직 더 보여줄 게 있다"
- BNH인베 첫 단독 블라인드펀드, 성과보수 '가시권'
- 교촌에프앤비, '푸드대시 추가투자' 앱 고도화 총력
- '새출발 난항' 신세계톰보이, 유상증자 카드 꺼냈다
- 오뚜기, '베트남 법인' 해외사업 효자 급부상
- [바이어 人사이드]"초저가 EPP 라인업 준비, 연관 구매 확대 노력 지속"
- [투어리즘 회복기 속도전]급증하는 여행수요 유인책 '수성이냐 공성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