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28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가 SK증권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케이프투자증권-케이프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SK는 우선협상자 선정에 있어 임직원 고용 안정과 SK증권을 성장·발전시킬 의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심사 통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본입찰에서 더 높은 응찰가를 제시한 큐캐피탈파트너스는 해당 측면에서 뒤쳐진다는 얘기다.SK증권 노동조합이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원색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도 매각자인 ㈜SK의 판단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SK가 공정거래법 상 규제에 따라 8월까지 SK증권을 처분해야 하는 만큼, 높은 가격보단 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잡음이 나지 않길 원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큐캐피탈파트너스에 대한 SK증권 임직원들의 거부감은 극심했다. SK증권 노조는 인수 유력 후보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거론되자 ‘마바라', ‘똥파리' 등 거침없는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했다. 노조뿐만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임직원 한 명은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실체를 밝혀, 이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이 일부 이해되기도 했지만, 사실 당혹스러운 마음이 컸다. 큐캐피탈파트너스를 거부하는 이유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고, 더 높은 가격에 SK증권을 매각할 것이라 봤다. SK증권을 인수할 만한 자금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CRC로 출범하긴 했지만, 2009년 사모투자펀드(PEF) 전문 운용사로 거듭나면서 왕성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더구나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재무적 투자자(FI)로서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로서 SK증권 인수를 원함을 밝혀왔다. PEF 운용사로서 그간 단순히 기관 출자금을 받아 돈을 태우던 방식을 PI(자기자본투자) 등으로 다각화하기 위함이다. 인수자금역시 확보해둔 상황이었다.
이는 과거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케이프투자증권(옛 LIG투자증권)을 인수했던 이유와 비슷하다. 임직원들은 회사를 싼값에 사들여 차익을 받고 매각하는 PE회사보다 차라리 동종업계인 케이프투자증권에 매각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케이프투자증권 역시 완전한 SI로 볼 수는 없다. 임직원들이 입찰 진행 과정에서 케이프투자증권과 큐캐피탈파트너스 두 회사를 동등한 지위에 두고, 구체적인 인수 계획과 향후 비전에 대해 평가했으면 어땠을까.
임직원 입장에선 'SK맨'이라는 자부심을 버리고 일개 투자회사에 팔려가는 상황이 암담할 수 있다.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외부 사람들이 브랜드를 얼마나 인정해주는지 같은 정성적 요소가 포함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감정적인 동요 때문에 귀를 막아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높은 응찰가를 제시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 의지가 더 강했고, 향후 SK증권을 성장시킬 비전을 갖고 있진 않았을까.
과정이야 어찌됐든 SK증권은 원하는 대로 케이프투자증권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SK증권이 최종 매각되기까진 주식양수도계약(SPA)과 당국의 승인절차, 대금납입 등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 이 과정에선 SK증권 임직원들이 감정에 휩쓸리기보단 합리적·전략적 선택으로 실리를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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