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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이유있는 돌풍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7-08-09 09:01:32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 많은 미군 전투기가 독일군의 폭격을 받았다. 미군은 전투기의 생존율을 높여 공중전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방어 장치가 필요했다. 이후 미군은 벌집처럼 공격받고 돌아 온 전투기 조사에 돌입했다. 포탄의 흔적은 동체와 꼬리·날개 등 기체의 나머지 부분에 몰려있었다. 자칫 기체의 중량이 무거워질 수 있어 가장 '취약한' 부분에만 철갑을 대야 했다. 미군은 총알 구멍이 가장 많은 부위 위주로 보강하기로 결정하고 정확한 계산을 의뢰했다.

이때 분석에 참여했던 한 통계학자가 예상치 못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가장 상흔이 적은 엔진 부분에 철갑을 둘러야한다고 강조했다. 동체와 기체의 잔여 부분에 포탄을 맞은 전투기는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지만 엔진 부분을 공격받은 전투기는 격추 당해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군은 편향된 모집단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핵심을 간파하지 못했다. 만약 이 학자가 없었다면 세계 대전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카카오뱅크의 선전을 지켜보는 시중은행의 마음이 급해 보인다. 경쟁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수수료를 인하하고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기존 모바일 플랫폼도 전면 검토하고 나섰다. 헤게모니를 뺏길 수 없다는 절박함마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중은행은 이미 오래 전 모바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초기 시중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은 그저 인터넷 뱅킹을 그대로 옮겨 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복잡한 화면 구성과 까다로운 인증 절차는 곧 외면 받았다. 공고한 지위를 누려온 은행에게 모바일은 단지 금융 선진화의 도구쯤으로 여겨졌다.

오판은 이어졌다. 어느 한 은행이 조금 다른 앱을 선보이면 너도나도 대동소이한 앱을 들고 나왔다. 앱 종류는 수 십 가지로 늘어났지만 판매자 중심의 모바일 앱은 여전히 불편했다. 은행들은 줄곧 서로를 비교하고 답습하는 데만 집중했다. 틀 안에 갇혀 날개와 꼬리에만 철갑을 둘러 온 꼴이다.

카카오뱅크는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UI를 바탕으로 핵심 기능만을 탑재해 단순하고 쉬운 구성을 선보였다. 이를 한정된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시켰다. 앱 인증 과정에도 지문이나 패턴을 통한 간편 방식을 도입했다. 답답한 인증서는 과감히 없앴다. 모바일을 보조 도구가 아닌 핵심 수단으로 격상시켰다. 이 모든 설계가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했기에 가능했다.

모든 서비스는 고객을 향한다. 금융 서비스 역시 고객에게서 경쟁력이 나온다. 모바일 엔진에 철갑을 덧댄 카카오뱅크의 돌풍에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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