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달라진 재무전략 '건전성→브랜드 강화' 모던하우스 매각 변곡점 '유동성 축적', 경쟁력 제고 올인
노아름 기자공개 2017-08-14 14:30:44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0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이 제화브랜드 엘칸토와 호텔·리조트 매각을 추진한다. 모던하우스 매각과 이랜드리테일 프리IPO 본계약 체결에 이어 또다시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앞서 패션브랜드 티니위니와 부동산 등 유휴부지를 매각한 이랜드그룹은 "올해 들어 2조 원 이상을 상환하게 됐다"며 "이로 인해 오는 3분기 부채비율이 200%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달과 이달 초에 걸쳐 제화업체 엘칸토와 켄싱턴제주호텔 등 호텔 일부 매각 추진이 알려지면서 실제 재무개선 효과가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자구안 발표 이후에 신용평가사 등급 상향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이랜드그룹이 조바심을 내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이랜드그룹은 모던하우스 거래를 기점으로 자산매각 목적 자체가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엘칸토, 호텔·리조트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재무 정상화 '9부 능선' 넘는다
지난 6월 초 이랜드그룹은 모던하우스 매각과 이랜드리테일 프리IPO 본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며 "두 건의 계약 체결을 통해 총 1조 3000억 원대의 자본거래가 진행됐다"며 "지난 2년여 간 진행해오던 재무구조 개선을 마무리 짓고 새롭게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오는 3분기 부채비율이 200%선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던하우스와 부동산 유휴부지 매각대금 미반영으로 아직은 재무지표가 나아지지 않았다. 지주회사 이랜드월드는 2013년 398.6%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이 2016년 말 315%, 올 1분기 264%를 각각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2013년 86.8%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100%에 못 미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모던하우스 매각이 차질 없이 진행돼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말 MBK파트너스의 모던하우스 인수를 승인하면서 해당 거래는 잔금납입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모던하우스 매매금액은 100% 지분가치 6435억 원과 선급임차료 695억 원 등 총 7130억 원이다. 이는 3분기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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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신용평가사의 반응에 주목했다. 신평사는 이랜드그룹이 자구안을 내놓은 이후에도 계열사 신용등급을 유지하거나 하향 검토하는 등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이랜드그룹이 브랜드 추가 매각을 고려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이랜드월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고,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STB) 등급은 A3에서 A3-로 낮췄다.
이랜드그룹의 자구책 발표 이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반복되다 최근 분위기가 반뀌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수시평가 이후 이랜드월드의 회사채 등급 BBB-(부정적)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던 이랜드월드는 최근에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를 거쳐 이랜드월드를 등급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을 각각 BBB(부정적)으로 유지한 상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모던하우스 딜 이전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면 현재는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며 "신용등급 반등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보고있다"라고 말했다.
◇호텔·레저 체질개선…장기레이스 앞 '숨 고르기'
국내 계열사만 29개를 거느리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패션전문이 아닌 생활문화기업으로 인식된다. 제조·유통일괄(SPA)를 포함해 아동·스포츠를 아우르는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는 동시에 외식과 호텔, 아울렛, 그리고 크루즈까지 사업군을 넓혔다. 실생활 속 입고,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의식주 사업을 도맡는 동시에 쉬고, 즐기는 레저사업까지 활발하게 벌여왔다.
이 중 호텔부문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랜드그룹은 국내외에 5440개 객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체인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객실점유율이 상당함에도 호텔 매각에 나선 이유는 호텔·레저사업 체질개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호텔업에 진출하는 업체는 늘어나는 반면 객실과 부대시설을 포함한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1524곳으로 전년대비 19.16% 증가했다. 객실수 역시 전년에 비해 8.53% 늘어 12만 7658개까지 증가했다.
호텔산업의 외형은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국내 호텔업체는 내·외국인으로부터 전년대비 17.3% 감소한 매출 2조 7848억 원을 거둬들였다. 부대시설 매출은 2015년 1조 3386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0.8% 줄어들었다. 반면 객실매출은 1조 446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2.6% 감소하는 등 객실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이랜드파크는 객실가동률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호텔업 불황 타개책을 마련해가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파크 호텔부문의 가동률은 전년대비 14%포인트 늘어난 69%를 기록했다. 리조트부문의 객실가동률은 49%로 2015년과 동일했으며, 국내 콘도 가동률은 지난해 39%로 전년대비 소폭 개선됐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켄싱턴제주호텔의 경우 원매자로부터 먼저 매각 제안이 몇 차례 들어왔다"며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20곳이 넘는 호텔 중 일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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