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14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한 부동산 시행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강릉에 호텔을 짓는 과정에서 신탁사로부터 연 8%가 넘는 금리의 대출을 받았다. 아무리 최근 시장금리가 올랐다고는 해도 기준금리(1.25%)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런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과연 남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바꿔 말하면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니 대출을 받았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상징하는 대목이다.8.2 부동산 대책 이후 이런 광경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의도대로 투기자금이 빠져 나간다면 분양시장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행사의 부동산 개발이 위축되는 것도 당연하다. 아마도 가장 큰 우려는 투기자금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부동산 매매심리가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가리지 않고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IMF 금융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10년 마다 금융위기를 겪은 건설업계, 그중에서도 시행사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대형 시행사 중에는 10년 전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회사 존망을 걱정하던 곳이 다수다. 잘 나가던 시기, 자신감이 지나쳐 사업을 확장했다가 결국 사라진 곳도 부지기수다.
다만 이번만큼은 10년 전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질 것이란 기대 혹은 자기 확신이 도처에 넘쳐난다. 두 번의 학습효과를 거치면서 시행사들은 나름의 리스크 관리 방식을 터득했다. 무턱대로 외부자금을 빌려 토지를 확보하지 않았다. 사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미 공공택지 분양을 꾸준히 줄여왔다.
최근 미분양 우려가 높은 대형 평형보다는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몇몇 시행사들은 그동안 확보한 현금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으며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다. 불필요한 금융자산 등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높인 곳도 있다.
관건은 부동산 규제로 인한 시장 냉각이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력이 부족한 시행사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위기가 부동산 시행사의 체질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IMF가 국내 대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높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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