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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이사장, 갑작스럽지만 예견된 사임 휴가날 출근, 임직원에 사의 표명…정권교체·검찰수사 등 부담느껴

강우석 기자공개 2017-08-21 17:24:04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8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저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합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이 지난 18일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의 서두다.

◇ 휴가날 출근…임원회의서 사임의사 밝혀

8월 17일, 그는 사전예고 없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출근했다. 휴가날이었기에 참모진과 비서진 누구도 이사장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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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후 4시 30분 경 이사장 접견실에서 임원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게 관계자 여럿의 증언이다. 임원 회의는 30분 가량 진행됐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평소 '때가 되면 미련없이 그만두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시기가 이렇게 빨라질 줄은 몰랐다"며 "임직원들 모두 아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회사 임직원들은 오후 5시 무렵 정 이사장이 보낸 이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그는 약 600자 가량의 글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 덕분에 큰 대과없이 한국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며 "그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주신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역대 최단기간 재직 '오명'…정권교체·검찰수사 등 부담느껴

그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 11개월 간 근무했다. 역대 한국거래소 이사장 중 가장 짧은 재직기간이다. 최경수 전 이사장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재직하며 임기를 모두 채웠다.

신임 이사장 선임이 완료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 역시 "한국거래소 이사장 직책은 국내 자본시장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라며 "업무공백 최소화 차원에서 후임자 선임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의 사임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친박 금융기관장'의 핵심 인물로 분류돼왔기 때문이다.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근무하며 금융권 실세를 자처해왔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도 정 이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씨 측근인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그를 소환 조사했다.

지난 6월에는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그를 고발조치했다. 검찰은 최근 해당 사건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한 상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 이사장 사퇴를 계기로 금융권 수장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라며 "금융위 1급직과 산업은행 회장, 공석인 수출입은행장, 금융감독원장 등의 인사가 을지훈련 이후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후임 이사장 선임을 위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주총회를 밟을 예정이다. 후임 이사장으로는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김성진 숭실대학교 교수, 최홍식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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