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18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구조 개선에 한숨 돌린 이랜드월드가 타법인 지분취득에 나서면서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이랜드월드는 패션사업부 분리를 통해 사업형 지주회사에서 순수 지주사로의 재편을 예고한 상태다. 이랜드월드는 투자처 다변화 등의 방식으로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지난 6월 자이글의 지분 5만9232주(0.44%)를 5억 원에 확보했다. 2014년 이후 투자목적의 타법인 지분 취득을 줄여오다가 올해 들어 첫 신규 취득했다. 최근 이랜드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그룹의 핵심 역량을 집중해가겠다고 밝힌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행보로 풀이된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를 목표치에 근접하게 맞춰가며 급한 불을 끄고 있는 모습이다. 재무여력이 개선되면서 2014년 이후 멈춰있던 투자 활동을 재개하고자 적외선그릴 등을 판매하는 자이글에 소액을 출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253.5%다. 부채총계가 6조 5813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7.3% 증가한 2조 5961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30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은 250% 선으로 낮아졌다. 이외에도 이랜드그룹은 지난 17일 모던하우스 매각 대금 7130억 원을 확보하며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이 200%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간 이랜드월드는 투자 목적으로 타법인 지분 일부를 매입해왔다. 세이브존(11.74%)을 제외하고는 취득 지분율이 0.1%대로 미미해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2011년 이후 최소 한 곳 이상씩의 지분을 신규 취득해왔다.

분위기는 2015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해당 연도에는 투자처를 한 곳도 확정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듬해에는 300만 원만 들여 소수점 두 자리에도 못 미치는 핑안보험그룹(Ping An Insurance Group Company)의 지분(23만4000주, 0.00%)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전량 처분했다.

2013년 4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을 기록했던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말까지 줄곧 300%를 넘는 부채비율 탓에 고민을 키워왔다. 2013년 말 기준 398.6%이었던 부채비율은 이듬해 344.9%, 2015년 303%로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까지도 300%를 웃도는 315%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자본구성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위기감을 느낀 이랜드그룹은 올 상반기까지 유휴 부동산을 처분하고 모던하우스 매각에 나서며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구안을 실행한 결과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253.5%로 전년 동기대비 41.6%포인트 낮아졌다. 이렇듯 재무여력이 나아지자 중단 상태에 있었던 타법인 투자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이글에 출자한 금액이 비교적 소액에 그치는 점을 감안해 이랜드그룹이 본격적인 투자활동 재개에 나섰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그간 투자 목적으로 강소기업의 지분을 매입해오다가 최근에는 재무 개선을 위해 일부 지분을 현금화했다"라며 "재무구조 개편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며 다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이어가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