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24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이 준비 중이던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을 돌연 취소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투자 회수 시점을 한참 넘겼음에도 교보생명 측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온 FI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풋옵션 행사에 나설 가능성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계획하고 있던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 발송 철회 결정을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전달했다. 교보생명이 양해를 구했지만 갑작스런 철회 결정에 FI들은 허탈해 하면서도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지분 50% 이상을 코세어 코리아를 비롯해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약 10개의 FI가 보유하고 있다. 이중 어피너티, IMM PE,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던 상황에서 우호지분으로 참여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당시 FI들에게 2015년 9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상장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FI들이 보유한 지분을 신창재 회장에게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별도로 맺었다. 계약 당시 권리 행사 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고, 행사시점에 교보생명의 정당한 가치(Fair Market Value)를 산정키로 했다.
2015년 9월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들은 '향후 1년간 개별적 풋옵션 행사를 할 수 없다'는 주주간 약정을 새로 맺었다. 교보생명과 신창재 회장의 사정을 배려해 일단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작년 9월 이 약정까지 만료되면서 FI들의 자유로운 풋 옵션 행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FI들은 풋옵션 행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으려는 입장이었다. 풋옵션 가격조건(fair market value)상 먼저 상장한 보험사들의 시장가치가 낮아 옵션을 행사할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았던 것. 한국의 금융 재벌인 신창재 회장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점도 FI들에겐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 1년간 FI들의 풋옵션 행사 여부는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 대신 교보생명이 IPO에 나서주기를 기다렸다.
최근 ING생명이 IPO에 성공하자, 교보생명 IPO 기대감은 현저히 커졌다. IPO 추진 검토는 시장 여건을 고려한 당연한 수순으로 여겼다. 실제로 교보생명 측은 자본 확충을 위한 영구채 발행이 마무리되는대로 IPO 준비에 나설 것임을 FI들에게 수차례 공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 발송 철회를 결정하고 오히려 IPO 추진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는듯한 인상을 주자 FI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IPO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주관사 선정이 당장의 IPO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주관사 선정부터 소극적이자 교보생명의 IPO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FI들이 그 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풋옵션 행사 고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I들의 인내심이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FI들이 풋옵션 행사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FI 풋옵션이 실제 행사될 경우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이 감당해야 할 파장과 부담이 어느 정도일지 감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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