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토니모리 사장 "원브랜드숍서 멀티 뷰티로" [기로에 선 K-뷰티]①"태극제약과 공동 '더마' 10월 출시, 라인업 10개로 확충"
노아름 기자공개 2017-08-29 07:30:00
[편집자주]
중국 시장은 화장품 업계에 '양날의 검'과 같다. 대륙 중심을 휘어잡으면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큰 탓에 섣불리 전사 역량을 집중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사드 직격탄을 맞은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기로에선 화장품 업계 생존전략을 들여다보고 돌파구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5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9년, 26살의 청년은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문이 열리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이 날은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시작되는 첫날이었다.목적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수험번호 1번을 거머쥐자는 생각뿐이었다. 농업경제학을 공부한 동기들은 전공을 살려 사회로 하나 둘 진출했지만 그는 화장품 회사에만 원서를 냈다. 위로만 누님 세 분을 모시던 막내아들이라 여느 여대생 못지않게 화장품이 친숙했던 터다.
그는 결국 숫자 1이 선명하게 새겨진 수험표를 가슴에 달고 면접을 본 뒤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이후에는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을 오가며 고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타고난 열정에 현장 경험을 덧대자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업계에 몸담은 30여 년간 에뛰드하우스 대표이사, 신세계인터내셔날 비디비치 부사장 등을 거쳐 현재 토니모리에 자리를 잡았다.
양창수 토니모리 사장(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토니모리 사옥에서 토니모리가 외부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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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토니모리에 합류한 양 사장은 배해동 회장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기로 유명하다. 양 사장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경험을 살려 아이디어를 개진하면 배 회장이 추진력을 보태는 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연말 완료된 브랜드 이미지 일원화 작업이다.
양 사장은 "고객 설문조사와 매장 점검을 통해 토니모리의 이미지를 재정립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라며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는 즐거움을 넘어서 고객의 일상생활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스트리트 컬처(Street Culture)' 브랜드를 지향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토니모리는 5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해 11월 스트리트 컬처 브랜드로 시스템통합(SI)을 마쳤다. 본사가 절반 이상 비용을 부담해 중구난방이었던 로드숍 인테리어를 통일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에서는 출점을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숨을 고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692곳에서 로드숍, 숍인숍 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태극제약 지분 투자 건은 토니모리가 원브랜드숍(단일 브랜드)에서 탈피하기 위해 그려온 장기적 그림의 일부다.
토니모리는 이달 초 중견 제약사 태극제약 구주주들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경영권을 취득한다고 밝혔다. 내달 30일로 계획된 딜 종료 시점까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총 2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토니모리 이외에도 재무적투자자(FI) 한 곳이 150억 원을 들여 태극제약 주식 일부를 확보한다.
양 사장은 "오는 2025년까지 브랜드 라인업을 10개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10월께 태극제약과 공동 개발한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니모리와 태극제약은 최근 신규 제품 출시 등을 앞두고 업무협력을 이어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양사는 각 8명씩 총 16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팀을 발족시키고 원재료 공동구매, 물류 통합, 상품 개발 등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결과물은 이르면 내달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화성, 충남 부여, 전남 장성 등 태극제약이 국내 세 곳에 보유한 공장의 가동 여력이 있어 현재 공장증설 등을 위한 자본적지출(CAPEX) 계획이 잡힌 것은 없다.
하반기는 해외 진출 계획이 줄줄이 잡혀있다. 중국, 유럽, 미주, 아시아 등 크게 네 곳의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입점한다. 오는 9월에는 독일 드러그스토어 '더글라스(Douglas)' 40개 매장에 입점이 확정됐다. 내년 1월에는 영국 '부츠(Boots)'에 들어간다.
양 사장은 "여러 경쟁사가 포진해있는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면서 한 번에 하나씩 따라잡는 캐치 원(Catch One) 전략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중국 등 해외 '네 바퀴'를 주축으로 삼아 사업 영토를 차근차근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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